유엔 특별총회 개막… 100여개국 어린이도 참석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07분


“뜻 깊은 날 생일”
“뜻 깊은 날 생일”
《유엔 아동특별총회가 8일 오전(현지시간) 세계 61개국의 국가원수, 정부수반 및 9개국의 국가원수 부인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부인 이희호 (李姬鎬) 여사가 유엔총회 의장국의 수석대표 자격으로 개회 선언을 했다. 지난해 가을 열릴 예정이었다가 9·11 테러사태로 연기된 아동특별총회는 10일까지 계속되며 1990년 유엔 세계아동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아동권리장전의 10대 행동계획의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또 아동의 권리보호 및 복지향상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고 ‘아동에게 적합한 세상’이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한다. 이밖에 아동의 권익 보호를 주제로 한 3건의 원탁회의가 개최되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내외, 한승수(韓昇洙) 유엔총회 의장 내외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아동보호 서약서 전달식도 열린다. 특히 관심을 끈 행사는 5일 시작돼 8일까지 계속된 ‘어린이 포럼’. 이 포럼에는 100여개국에서 400여명의 어린이 대표가 참가해 아동착취 근절과 ‘어린이 행동주의(Child Activism)’ 활성화 방안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유엔 아동특별총회를 계기로 아직도 전쟁의 고통에 신음하는 어린이와 권익보호를 위해 스스로 뛰는 어린이의 얘기를 소개한다.》

▼유니세프선정 어린이 운동가 에쿠아도르 출신 쿤두리양▼

“어린이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도 나설 거예요.”

에콰도르의 11세 원주민 소녀 미리암 쿤두리는 어린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열성 어린이 운동가다.

쿤두리양은 에콰도르 중부 오지 화산 지대의 프로비덴샤 원주민 마을 출신. 쿤두리양과 친구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부모의 농사일을 돕고 있다. 주변에는 허기에 굶주려 풀을 뜯어먹거나 말라리아에 걸려 죽은 친구들도 있으며 가난을 견디지 못해 도시로 나간 친구들도 있다. 이들 대부분은 거지로 전락했다.

쿤두리양이 어린이 운동가로 나선 것은 3년 전인 8세 때. 에콰도르 의회 산하 원주민아동위원회(POIGB)에 주변 친구들의 비참한 삶을 알리는 편지를 써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2000년 쿤두리양은 에콰도르 의회에 출석해 원주민 아동의 권익 보호를 위한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연설을 했으며 구스타보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과도 만났다.쿤두리양은 지난해 에콰도르 의회 문화보좌관에 임명돼 원주민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8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아동특별총회에 에콰도르 어린이 대표로 참석하고 있다.

올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선정 3대 어린이 운동가에 뽑히기도 한 쿤두리양은 9일 유엔아동특별총회에서 아동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 연설할 예정. 그는 “어린이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아동권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면서 “어린이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린이 운동가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없지 않다. 특히 90년 제정된 ‘유엔아동권리장전’에 서명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어린이 운동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보수 성향의 미국 아동연구단체 베벌리 라헤이 연구소의 재니스 쇼 크루즈 수석연구원은 “어린이들은 어른과 같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어린이 운동은 또 다른 형태의 아동 착취”라고 주장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뉴스위크 유엔아동회의 특집 시에라리온 前소년병 조명▼

“포로를 부위별로 잘라 죽이기도 하고 그들의 피를 마시기도 했습니다. 여자들은 닥치는 대로 강간했어요. 지시를 어기면 제가 죽어야 했으니까요….”

전쟁은 끝났지만 상처는 영원하다.

14세. 시에라리온의 내전 당사자인 반군 혁명연합전선(RUF)에 의해 98년 강제로 끌려가 전쟁에 동원됐던 앨리우 뱅구라(사진)는 악몽이 되살아날 때마다 두려움에 떤다.

“오직 신에게 용서를 빌 뿐이죠. 하지만 무서워요. 지나가는 여자들만 봐도 그들이 내 죄를 알고 달려와 날 죽일 것 같아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13일자)는 어른들에 의해 악의 희생양이 돼야만했던 시에라리온 소년병들의 참상을 유엔 어린이 정상회의 특집으로 소개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잔혹한 전쟁으로 불리는 시에라리온 내전이 시작된 것은 91년. RUF 반군들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장악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올 1월 유엔과 영국군의 압력으로 평화협정에 합의할 때까지 11년간 20만여명이 전쟁에서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RUF 반군들은 1만여명의 소년들을 닥치는 대로 끌고 가 전투병으로 썼다.

평범한 개구쟁이 소년이었던 앨리우군은 아직도 자신의 눈앞에서 아버지가 무참히 사살됐던 98년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버지가 저를 데려가려는 반군들을 막자 그들이 아버지를 쐈어요. 그리고 저를 묶은 뒤 가슴에 칼로 ‘RUF’라는 글씨를 새겼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그는 잔혹한 전사(戰士)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성을 마비시키기 위해서였을까. 전투 전후에는 언제나 강제로 마약이 투입됐다.

그러나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어머니와 극적으로 상봉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던 선택받은 소수 중의 하나다. 18세 이하 소년병 30만여명은 지금도 세계 30여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동원되고 있다.

뉴스위크는 “소년들을 전쟁에 동원했던 반군 지도자들에 대해 유엔이 형사 처벌을 시작했지만 수많은 책임자들은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다”며 “소년병 문제는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될 비극이자 인류의 존엄성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바로잡습니다]

△5월 9일자 A10면 하단 ‘세계 소년병 실태 지도’ 중 33번 터키로 표기된 곳은 투르크메니스탄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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