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네덜란드 포르토인 당수 피살

  • 입력 2002년 5월 7일 16시 21분


쓰러진 '우파'
쓰러진 '우파'
차기 총선(15일)을 코앞에 둔 네덜란드에서 6일 집권 가능성이 높은 우파 정치인이 암살됐다. 이 나라 현대사에서 정치인이 암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생 정당인 리스트 핌 포르토인(LPF)을 이끌고 있는 핌 포르토인 당수(53)는 이날 오후 네덜란드 중부 힐베르숨시의 한 라디오방송국 건물 앞에서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을 거뒀다고 경찰이 발표했다.

경찰은 33세의 네덜란드 시민을 붙잡아 범행을 자백받았다고 밝혔으나 신원과 범행의 동기는 공개하지 않았다.

LPF는 3월 네덜란드 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 지방의회 선거에서 반(反)이민정책을 내세워 45개 의석 가운데 17석을 차지했으며 15일 실시될 총선에서도 전체 150석 가운데 26석을 확보, 다수당이 돼 연정을 구성할 주체가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네덜란드의 빔 코크 총리는 이날 밤 비상각료회의를 소집했으며 각 정당은 선거유세를 일제히 중단했다. 그러나 한때 연기를 고려했던 총선은 예정대로 15일 실시될 예정이라고 코크 총리는 밝혔다. 코크 총리는 “이번 사건은 포르토인 당수와 가까운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가와 민주주의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

포르토인 암살 사건이 알려지자 수백명의 시위대가 국회 의사당으로 몰려가 “정치인과 언론이 그를 죽였다”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차량들이 불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의사당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네덜란드를 방문할 예정이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계획을 취소하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인과 충격을 같이한다”면서 “정치인들이 어떤 감정을 유발한다고 해도 이를 표현할 장소는 투표소뿐“이라고 강조하는 등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애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홍은택기자euntack@donga.com

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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