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문/잭 웰치를 닮아라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24분


요즘 젊은이들의 사회진출에 부응하기 위해 각 기관들이 ‘21세기의 유망직종’들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얼마 전 수입, 성장성, 신규 일자리 창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1세기 유망직종 50’을 선정했다. 시스템분석가를 필두로 컴퓨터엔지니어, 정보시스템관리사, 증권·금융서비스판매 등 순위 안에 든 직업의 대부분은 서비스업과 정보산업 관련 부문에 집중돼 있어 산업구조의 변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인터넷 시대가 요구하는 젊은 인재의 상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기보다는 단편적인 예측에만 기초한 유망직종만이 넘쳐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필자는 젊은이들이 21세기를 주도하는 역군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시대 횡적 관계 중요▼

필자가 우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남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의 터득이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 가는 세상에 어쩌면 엉뚱한 얘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터넷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화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품성으로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시대의 변화를 설명하는 두 가지 법칙들을 통해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인터넷시대를 설명해주는 법칙 중 ‘수직적 해체’라는 것이 있다. 과거 ‘기업들은 거래비용을 낮추기 위해 밖에서 사는 것보다 안에서 만드는 것이 싸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수직적 통합을 해야 한다’는 법칙에 따라 기업들은 가능한 한 확장을 시도했다. 그래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회사들은 고무농장, 철강회사까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직적 해체의 시대가 온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기능을 외부에 의뢰하는 것이 더 싸기 때문에 외부기업과의 효과적, 전략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구매하려 애쓰고 있다. 즉, 조직과 조직간의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명한 법칙인 맷캐프의 법칙은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를 제곱한 수치만큼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예로 들면 연결된 사용자의 수가 더욱 많아질수록 그 가치와 효율성은 기하학적으로 더욱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기업의 경영에도 적용되는데 기업은 계속해서 협력관계, 연구개발(R&D) 계약,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네트워크를 쌓아나가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맷캐프의 이론은 개인, 조직 내의 각 부서 등 모든 단위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법칙이 공통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생산적 관계를 설정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시되는 세상이 도래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어떤 시대보다도 직원, 부서, 기업, 산업간 관계의 설정이 기업의 능력을 결정해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과거 한 집단이 정보를 독점하는 데서 권력과 부가 창출되었다면 이제는 집단 간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데서 권력과 부가 창출된다. 즉, 주변 작업자들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전파하는 데 능숙한 작업자가 더 가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의 일부 기업들은 이미 생산적인 인적관계(human network)의 구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를 인사고과에 반영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갤럽사가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 역시 조직간 협력관계의 창출능력이 기업의 경쟁우위 창출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지식-창의력 겸비해야▼

필자가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공계와 자연계로 불리는 기술적인 학문의 중요성이다. 이공계와 자연계를 공부한 후 경영학이나 법학과 같은 개념적인 분야를 공부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개념적인 학문에만 치중한 사람들보다 훨씬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였던 화학공학 박사 잭 웰치 및 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였던 전기공학박사 앨프리드 슬로언 등 이공계 출신의 성공한 미국 경영자들, 그리고 한국 10대 그룹 임원들 중 이공계 출신 비율이 절반을 넘는 53%라는 사실 등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인터넷시대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이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은 무엇일까. 어렵더라도 자신이 관심을 갖는 한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춤과 동시에, 정보와 지식을 창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양을 겸비하는 것이다.

이상문 미국 네브래스카대 석좌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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