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르펜과 TV토론 않겠다”

  • 입력 2002년 4월 24일 17시 42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3일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와 일체의 TV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23일 북부도시 렌에서 지지자들에게 “불관용과 증오 앞에서는 어떤 거래도, 타협도, 토론도 없다”며 “과거에도 국민전선과 동맹을 거부했던 것과 같이 어떤 정치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당의 대표와는 토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르펜 당수와의 경쟁을 “내 인생을 건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르펜 당수는 국영 프랑스 2TV에 출연해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자 비겁한 회피”라며 “도망가면서 멀리서 욕을 해대는 초등학교 학생 같다”고 독설로 맞받았다.

두 사람의 공방에도 불구하고 일간지 ‘르파리지앵’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70%가 TV 토론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토론이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우파진영은 시라크 대통령을 중심으로 우파 연합 구성이 가시화되는 등 반(反)르펜 공동전선이 힘을 얻고 있다. 2차 투표와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 시라크 대통령이 속한 공화국연합(RPR)과 프랑스민주연합(UDF), 자유민주당(DL) 등 프랑스 우파 3당은 ‘대통령 소속 정파의 원내 다수를 위한 연합(UMP)’을 구성한다는 데 의견을 접근시켰다.

한편 3일째 계속되고 있는 반르펜 시위는 프랑스 각지에서 10만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과격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일부 시위대가 창문과 주차된 차량 등을 부수고 화염병을 던져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강제 진압에 나섰다.

곽민영기자 kwakgija@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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