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회계부정 앤더슨社 수사방해 혐의 형사기소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05분


미국의 5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아서 앤더슨이 14일 엔론 회계부정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0여년 동안 연간 두자릿수의 성장을 거듭, 매출액 93억달러(12조900억원 상당·2001년 기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앤더슨에 대한 연방 대배심의 기소 결정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이날 보도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앤더슨은 미국 상장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맡지 못하게 된다.

▽왜 기소됐나〓이날 공개된 기소장은 “앤더슨은 고의적으로 그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엔론 관련) 서류를 바꾸거나, 파기하거나, 못쓰게 만들거나, 숨기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혐의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앤더슨은 즉각 사법권의 남용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앤더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일부 직원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앤더슨 전체를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앤더슨 측은 그 근거로 문서 파기가 휴스턴 사무소에서만 이뤄졌고 경영진이 직접 지시를 내렸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문서 파기가 포틀랜드, 영국의 런던 등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증거가 나오고 있으며 문서 파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앤더슨 최고 경영진이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고 폭로했다.

회계법인 빅5 규모
회사매출(2001년)직원수
PwC220억3000만달러15만명
들로잇 투시
토마츠
120억4000만달러9만5000명
KPMG110억7000만달러10만명
언스트 앤드 영99억달러8만4000명
앤더슨93억달러8만5000명

▽앤더슨 어떻게 되나〓앤더슨은 이미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는 대다수 전문가와 언론의 지적이다. 앤더슨은 엔론 사태가 불거진 뒤 각각 53년, 30년의 단골고객이던 델타항공, 프레디 머크를 비롯해 페덱스, 선트러스트 뱅크와 같은 주요 고객들을 잃었다. 직원들의 이직도 잇따르고 있다.

앤더슨은 필사적인 자구노력으로 회사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입찰에 참여했던 들로잇 투시 토마츠와 언스트 앤드 영 등 2개 회사가 매각을 포기했고 KPMG와의 협상 타결 가능성도 희박한 상태다.

결국 파산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죄 판결 여부에 관계없이 수년이 걸리는 법정 소송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앤더슨이 살아남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더슨 이후’〓하비 피트 증권감독위원회(SEC) 위원장은 “앤더슨의 회사 기능이 정지되면 앤더슨의 고객인 2300여개의 회사가 회계법인을 잃게 된다”며 “이는 업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또 앤더슨이 사라짐으로써 회계법인 ‘빅5’ 중 나머지 4대 회계법인의 독과점이 강화돼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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