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情 전하러 사할린에 갑니다”‘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38분


사할린동포 위문공연에 나서는 구상본씨 가족.
사할린동포 위문공연에 나서는 구상본씨 가족.
경북 청도군 화양읍 옛 유등초등학교에서 국악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구상본(具尙本·44) 박경화(朴慶和·42)씨 가족. ‘온누리 국악단’이라는 이름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유럽에까지 소문이 난 구씨 가족은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할린 동포를 위한 공연에 나선다.

“3년 전 사할린에서 처음 공연했을 때 체호프 대극장을 가득 메운 2000여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물바다를 이뤘어요. 사물놀이와 국악합주라서 그런지 수십년 만에 느끼는 고향의 소리라고 좋아하더군요.”

94년 재혼한 구씨는 자신의 딸과 새 부인이 데려온 아이 둘을 어떻게 하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할까 고민하다 사물놀이를 접하게 됐다.

“TV에서 사물놀이를 보다가 우리 가족이 악기 하나씩을 배워 연주하면 일체감을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실천에 옮겼지요.”

구씨 가족은 97년 5월 남원 춘향제에 처음 참가해 사물놀이 대상을 받았으며, 이후 ‘온누리 가족국악단’이라는 이름으로 틈틈이 공연에 나서 호평을 받았다.

“국악에는 문외한이었던 우리 가족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순전히 가족의 힘이에요. 아이들을 데리고 재혼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주위의 우려를 씻어주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잘해 줘 무척 고맙게 생각하고요.”

구씨 부부의 국악단은 현재 아들 딸 3명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 아이들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NHK에 구씨 부부의 가족사랑이 방영돼 큰 반향이 있었으며 방학 때는 사할린 예술학교 학생들과 국내 국악전공 대학생 등이 찾아올 정도였다.

“이제 큰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합니다. 학교공부와 국악을 조화시키는 게 과제지만 오늘을 있게 한 국악은 계속할 생각입니다. 서울과 호남에는 국악전문학교가 있지만 영남지방에는 없어요. 여기에 국악전문학교를 세웠으면 하는 게 꿈입니다.”

청도〓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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