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후 미국 교과목 개편 열풍

  • 입력 2002년 2월 9일 16시 04분


9·11 테러가 미국의 학풍(學風)과 교과목까지 바꾸고 있다.

신학기를 앞둔 미국의 각급 학교들은 테러 및 국가안보, 이슬람 관련 분야에 대한 학생들의 높아진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대학부터 초등학교까지 교과목들을 개편하고 있다.

20세기 들어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두 차례의 대대적인 학풍 및 교과목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 열풍은 학문의 시야가 넓어지고 변화 폭도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워싱턴포스트는 8일 보도했다.

▽커리큘럼 개편 열풍〓메릴랜드대는 3월 시작되는 새학기 교과목에 스트레스 관리기법과 관련한 ‘테러 스트레스와 그 극복 방안’을 추가했다. 남(南)버몬트대의 존 다미노 교수도 신학기부터 형사법 관련 교과목에 정보기술 부문을 비중 있게 넣어 가르칠 예정이다.

모두 테러 이후 달라진 학생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최근 교과목 개편을 보면 언어학부터 국제관계는 물론 종교, 형사절차, 정보기술, 문학에 이르기까지 테러 여파가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캘리포니아대는 최근 올 학기 신설 커리큘럼 후보에 ‘21세기를 위한 국가안전’ 등 테러 관련 과목을 50개나 올려두고 있다.

메릴랜드의 게이더스버그 고교는 올 가을학기부터 외국어에 아랍어를 추가했다. 인근 6, 7개 고교들은 테러리즘을 교과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랍세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소외돼 있던 학문이 갑자기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한다. 아메리카대의 악바르 아흐메드 교수가 가르치는 ‘이슬람 세계’ 과목은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수강생이 없었는데 이번 수강신청 땐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서운하게 밀려난 과목도 있다. 세포 생물학자인 메릴랜드대의 샘 W 조지프는 갑자기 관심이 높아진 탄저균 강의에 밀려 이번 학기에 관절염 과목을 중단해야 할 판이다.

▽“학문의 마음을 연다”〓이번 개편 열풍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열린 마음’과 다양성의 추구다. 아랍인이나 이슬람 문화는 물론 테러리스트 그 자체까지 이해해보려는 학풍이 형성되고 있는 것.

버지니아대에서 ‘인류학 입문’을 가르치는 리처드 핸들러는 “새학기부터 이슬람 문화를 교과과정에 추가했다”며 “인간의 다양성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콩코드 매사추세츠대 2학년 제임스 래퍼포트는 “그동안 부모로부터 유대주의만 배우는 바람에 중동분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이번엔 아랍세계에 대한 과목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사범대 아서 리바인 학장은 “학문의 시각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 열풍은 이전과 크게 다르다”며 “9·11 테러의 여파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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