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마지막 민영방송 TV6 방송중단…언론자유 불 꺼졌다

  • 입력 2002년 1월 22일 17시 56분


러시아의 마지막 민영 방송인 TV6의 방송이 22일 자정(한국시간 오전 6시) 전격적으로 중단됐다.

러시아 언론부는 이날 모스크바 중재법원이 지난달 내린 TV6에 대한 방송면허정지 결정에 따라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 지역에 이 방송의 송출을 강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 TV6를 보던 시청자들은 방송 도중 갑자기 화면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를 목격했다. 6번 채널에서는 22일 오전부터 스포츠중계 등이 대신 전파를 타고 있다.

TV6는 위성방송과 일부 지역에서 방송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의 조치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우리는 화면에서 쫓겨났다”는 자막을 넣고 있다.

▼정부서 6개 공중파 통제▼

▽정부의 방송 장악 시나리오〓강제송출중단 조치로 TV6를 없애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의지가 다시 확인됐다. 지난해 또다른 민영 방송인 NTV의 경영권이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으로 넘어간 데 이어 TV6가 문을 닫으면 모스크바시정부 소유의 TVC를 포함해 6개 주요 공중파 방송이 모두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구소련 시대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따라 TV6 언론인들뿐만 아니라 지식인들의 우려와 반발도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키셀료프 사장 등 TV6 직원의 상당수는 지난해 정부의 탄압을 피해 NTV에서 옮겨온 사람들이다. 역시 NTV 출신으로 러시아 방송계의 간판 앵커우먼인 스베틀라나 소로키나는 거듭되는 정부의 언론탄압에 항의해 “영원히 방송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언론학계의 원로인 야센 자수르스키 모스크바대 언론대학장은 “이번 사태는 러시아 민주화 역사의 암흑기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 등 교묘한 탄압▼

▽세무조사 등 편법 동원〓NTV와 TV6 사태 등 최근 러시아의 언론탄압은 세무조사와 사주의 개인비리 조사로 언론사를 경영난에 처하게 만든 뒤 경영권을 빼앗는 등 조직적이고 교묘하게 이뤄지고 있다.

TV6도 사주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개인비리 수사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하고 경영이 어려워지자 이 방송에 일부 주식을 갖고 있는 정유회사인 루코일을 앞세워 “주주들이 적자로 피해를 보았다”고 소송을 제기해 방송 면허 정지 판결을 받게 만들었다. 지난해 NTV도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에 지고 있는 채무 때문에 경영권을 빼앗겼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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