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돈 뱉어내자"…기부금 받은 美의원들 앞다퉈 반환

  • 입력 2002년 1월 15일 23시 23분


엔론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았던 미국 의원들이 앞다투어 이를 토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톰 데이비스 의원은 엔론이 이 위원회에 보낸 10만달러의 헌금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리처드 게파트 의원과 민주당 진 캐너헌 상원의원도 기부받은 정치자금을 돌려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엔론사태 담당 위원회 중 하나인 상하원 상무위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도 엔론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을 되돌려줄 계획이다.

상무위 소속 의원들 중 70%가량이 지난 10여년간 엔론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으나 이들은 한결같이 엔론이 위기에 몰렸을 때 엔론으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엔론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의원들은 엔론 본사가 있는 텍사스주 출신 의원들이지만 이들은 아직 정치자금 반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기 때문인 듯.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의원은 상원 상무위의 케이 베일리 허치슨으로 89년 이래 9만9500달러를 받았다. 두 번째는 부인(웬디 그램·한국계 미국인)이 엔론사 이사인 필 그램 상원의원으로 9만8000달러를 받았다. 두 사람 모두 텍사스주 출신이다.

문제는 돈을 받은 이들 텍사스 출신 의원들 중 몇몇은 엔론 사태를 조사할 상무위 소속이어서 의회 차원에서 조사다운 조사가 이뤄지겠느냐는 것.

상무위의 케리 베일리 허치슨 의원은 “모든 사항을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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