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말로만 경제구조 개혁…성장률등 경제 엉망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06분


고이즈미 싱가포르서 연설
고이즈미 싱가포르서 연설
요즘 일본에서는 영국인 프리랜서가 쓴 ‘라이언은 잠들지 못한다’는 우화집이 화제다. 무명의 라이언이 왕이 돼 여당의 살찐 쥐들과 싸운다. 국민의 지지로 개혁을 추진하지만 불황이 덮치면서 쥐들은 개혁에 반대한다. 라이언왕은 결국 파격적인 ‘X계획’을 단행해 나라를 파탄에서 구한다.

라이언은 ‘사자머리’로 유명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지칭한다. 일본경제의 위기상황을 풍자했지만 우화처럼 경제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고이즈미 내각은 지난해 4월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내세우며 출범했지만 각종 경제지표는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0.9%이다. 실업률은 내각 출범 당시 4.8%였으나 사상 최고수준인 5.5%까지 뛰었다. 닛케이주가도 출범 때보다 30% 정도 떨어졌고 국채발행 잔고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고이즈미 구조개혁’의 핵심은 경기부양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한 재정의 재건에 있다.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진 뒤 성장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도로공단, 도시기반정비공단 등 157개 특수·허가법인들을 폐지 또는 민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료사회와 보수 정치인들의 반대로 큰 진전이 없다.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도 경기부양책을 쓰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국민의 내각지지율은 70%대로 높지만 문제는 구조개혁의 필요성만 강조될 뿐 구체적인 실행프로그램이 없다는 것. 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내리고 엔화가치도 달러당 130엔대까지 용인한 상태에서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더 이상 없다.

내각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최근 2004년도부터 경제성장률이 2.5% 이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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