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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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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플레이는 가깝게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근대 올림픽 창시 정신인 스포츠맨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게임의 룰을 지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말한다.
멀게는 서구 근대사회의 신사도(Gentlemanship), 중세 봉건사회의 기사도(Chivalry)에 연원한다. 중세 기사 서임식에서 기사들은 명예 무용(武勇) 성실 예의 겸양 약자보호 등을 선서했다. 이 같은 선서의 이념이 오늘날의 페어 플레이 정신에까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페어 플레이를 사회에 빗대보면 우선 사회를 규율하는 헌법과 법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가 전제된다. 다음은 준법, 그리고 법과 절차에 따른 경쟁의 결과에 대한 승복이다.
서구사회는 근대 이후 이 세 가지를 끊임없이 적용하고 변용해온 역사다. 18세기의 철학자 존 로크와 장 자크 루소가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이래 서구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할 것인가를 놓고 진통을 겪어왔다. 지금은 각 나라마다 쌓아온 고유의 페어 플레이 전통이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안정의 기초가 되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는 ‘옳으냐 그르냐’보다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에 더욱 민감하다. 둘 다 상대적 개념이긴 하지만 ‘공정성’이 보다 삶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1980년에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독과점을 막기 위한 ‘셔먼법’이 제정됐고 1914년에는 더 강화된 ‘클레이턴 독점금지법’이 나와 지금도 불공정경쟁을 규율하는 모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유럽이 사회주의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도 사회주의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대폭 수용, 사회의 공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