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2002/6]페어플레이 정신은…

  • 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43분


페어 플레이란 말이 언제부터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준수한다는 의미로 사용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1964년 유네스코가 국제 경기에서 페어 플레이로 모범을 보인 선수에게 주는 ‘페어 플레이상(Fair Play Trophy)’을 제정 시행한 이후 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것만은 틀림없다.

페어 플레이는 가깝게는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의 근대 올림픽 창시 정신인 스포츠맨십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게임의 룰을 지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말한다.

멀게는 서구 근대사회의 신사도(Gentlemanship), 중세 봉건사회의 기사도(Chivalry)에 연원한다. 중세 기사 서임식에서 기사들은 명예 무용(武勇) 성실 예의 겸양 약자보호 등을 선서했다. 이 같은 선서의 이념이 오늘날의 페어 플레이 정신에까지 맥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페어 플레이를 사회에 빗대보면 우선 사회를 규율하는 헌법과 법에 대한 구성원들의 합의가 전제된다. 다음은 준법, 그리고 법과 절차에 따른 경쟁의 결과에 대한 승복이다.

서구사회는 근대 이후 이 세 가지를 끊임없이 적용하고 변용해온 역사다. 18세기의 철학자 존 로크와 장 자크 루소가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이래 서구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시행할 것인가를 놓고 진통을 겪어왔다. 지금은 각 나라마다 쌓아온 고유의 페어 플레이 전통이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안정의 기초가 되고 있다.

특히 서구사회에서는 ‘옳으냐 그르냐’보다 ‘공정한가’에 대한 물음에 더욱 민감하다. 둘 다 상대적 개념이긴 하지만 ‘공정성’이 보다 삶 속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1980년에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독과점을 막기 위한 ‘셔먼법’이 제정됐고 1914년에는 더 강화된 ‘클레이턴 독점금지법’이 나와 지금도 불공정경쟁을 규율하는 모법으로 기능하고 있다.

유럽이 사회주의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도 사회주의의 평등주의적 요소를 대폭 수용, 사회의 공정성을 높였기 때문이라는 게 많은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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