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산책]美송년회 ‘끼리끼리 조촐하게’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7시 44분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리고 이웃끼리.’

9·11 테러 이후 첫 연말연시를 맞는 요즘 미국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경제 침체 속에 엄청난 참사를 겪은 많은 미국인들은 가족 친구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평소 소홀히했던 주위 사람들에게 더 진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 언론은 이를 미국 사회가 ‘코쿤(cocoon·고치)’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벌레가 고치로 몸을 보호하는 것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이 서로를 감싸고 격려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말 풍속도도 많이 변했다. 예년 같으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망년회와 같은 송년 파티로 흥청거릴 때지만 올해는 대규모 파티 대신에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소규모 모임이 많아졌다. 또 요란한 연회보다는 집이나 교회에서 여는 조촐한 파티를 선호하고 있다.

31일 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전통적인 신년맞이 축하행사가 벌어진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축포가 밤하늘을 장식하면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는 옆 사람이 누구이든 상관치 않고 서로를 껴안고 볼을 비비며 신년을 축하하는 요란한 행사이다.

뉴욕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이와 비슷한 신년맞이 행사가 벌어지지만 이번엔 거리에서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숫자가 상당히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새해의 꿈과 희망을 설계할 것이라고 미 언론은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전망했다.

일부에선 원래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를 ‘기본으로의 회귀(Back to Basic)’로 바꿔 쓰면서 미국인들이 전통적 가치를 다시 중시하게 된 사회적 경향을 설명하기도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