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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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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잠입?▼
빈 라덴이 토라보라의 요새가 함락되기 며칠 또는 몇주 전 토라보라와 인접한 파키스탄의 파라치나르로 몸을 피했다는 주장.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12일에 이어 17일에도 알 카에다 조직원이자 토라보라에서 도피, 잘랄라바드에 은거중인 아부 자파르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자파르에 따르면 빈 라덴은 알 카에다 조직원의 가족이나 비전투요원들이 이용했던 동부 산악지대의 비밀 밀수 통로를 따라 노새를 타고 도피했다는 것.
미리 아프간과 파키스탄 접경지역 파치르의 길리 부족을 매수해놓아 순조롭게 탈출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이란으로 도피?▼
주로 파키스탄 언론이 제기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최대일간지 ‘장’은 16일자에서 빈 라덴이 현재 이란에 있으며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한 종족단체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빈 라덴이 알 카에다가 지난주 항복협상을 통해 미군 공습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전술을 펴는 동안 감쪽같이 탈출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나 이슬람의 시아파인 이란은 수니파인 빈 라덴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왔고 지리적으로도 동부 산악지대에서 서부 국경너머의 이란으로 가려면 아프간 본토를 횡단하거나 여러 나라의 국경을 타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내 은신?▼
미군의 통신감청부대가 토라보라에서 단파 라디오로 작전을 지휘하는 빈 라덴의 음성을 포착한 것이 가장 확실한 근거였다. 빈 라덴은 라디오나 휴대전화로 말을 하는 것을 회피해 왔기 때문에 라덴의 음성포착은 미군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16일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사령관은 이 음성이 빈 라덴의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아프간 은신설의 다른 근거는 남쪽에서 파키스탄군, 북쪽에서는 아프간의 동부동맹군, 동서쪽으로는 눈덮인 험준한 산맥에 가로막혀 있었고 미군기가 24시간 그 일대 상공을 정찰 비행해왔기 때문에 쉽게 도망갈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홍은택기자·외신종합>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