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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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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사법적 강제성이 없는 민간법정에서 나왔지만 향후 위안부 피해배상 소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관련 국가들의 인권·시민단체들은 우선 22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여성국제전범법정 최종 판결 보고대회를 갖고 일본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경과〓이번 판결은 지난해 12월 8∼12일 도쿄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에 대한 최종 결론. 당시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는 8개 피해국 검사단 40명이 히로히토(裕仁) 전 천황과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군위안부 관련자 25명을 기소했었다.
이 법정에는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78명을 비롯한 관계자 10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1944년 미얀마 국경에서 임신한 채 발견됐던 북한의 박영심 할머니(78)가 자신의 성노예 체험을 증언했으며 일본군으로 복무하며 위안소를 찾았던 한 일본인(80)이 처음으로 증언해 관심을 고조시켰다.
이 법정은 가브리엘 커크 맥도널드 전 유고 국제전범법정 재판장이 수석판사를 맡는 등 세계적으로 저명한 국제법 학자들로 구성됐으며 이들은 1년간에 걸친 심리 끝에 판결을 내렸다.
▽의미와 전망〓위안부 문제가 국제법정에서 다뤄져 가해자들에게 유죄가 선고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전쟁책임에 대해선 패전 직후 미군 주도로 열린 도쿄법정에서 재판이 이뤄졌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문제는 한번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
특히 히로히토 전 천황은 어떤 전쟁범죄로도 기소된 적이 없어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았다.
이번 판결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 여론을 환기하고 일본 정부로 하여금 이 문제를 적극 해결토록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자 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때 민간기구인 아시아여성기금을 발족시켜 각국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주도록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는 일본이 정부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어서 한국 등 관련국들이 강력히 반발해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국제기구들은 이같은 일본정부의 태도에 대해 공식 사과와 입법조치를 통한 개인배상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권고해왔다.
이번 판결은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세계 여러 분쟁지역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유사한 성폭력문제에 대해서도 경종을 울렸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