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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4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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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중앙병원은 4일 미국 신시내티에서 판코니 빈혈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는 이병조군(14·미국명 Thomas Sankey)에게 이식할 골수를 한국의 친동생 경호군(5·경북 경주시)군에게서 채취해 미국으로 긴급 공수했다.
가정형편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던 이군의 부모가 생후 4개월밖에 안된 장남 병조군을 미국으로 입양시킨 것은 88년 3월. 생모도 모른 채 ‘파란 눈’ 의 양부모 손에서 자라온 병조군에게 두 번째 불행이 닥쳐왔다.
세 살 무렵부터 백혈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판코니 빈혈 증상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미국에서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해 애태우던 양부모는 결국 병조군의 입양을 주선한 대한사회복지회를 통해 올초 한국 가족을 찾아냈고 동생 경호군의 혈액유전자형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호군은 수술이 끝난 후에도 친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남을 돕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배웠다” 며 밝게 웃었다.
수술을 집도한 소아종양혈액내과 김태형(金泰亨) 교수는 “백혈병을 앓은 한국계 입양아로서 96년 성덕 바우만군과 97년 데이비드 파머군이 타인의 골수를 이식받았지만 국내의 친혈육을 찾아내 골수를 이식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경호군의 골수는 이날 오후 5시 비행기로 미국에 보내진 뒤 48시간 이내에 병조군에게 이식된다.
경호군의 어머니(38)는 “태어나자 마자 젖 한 번 못 먹이고 떠나 보냈는데 병까지 걸려있다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며 “병조가 경호의 골수를 통해 건강하게 뛰어다녔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