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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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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가경제연구국(NBER)은 26일 미 경제가 3월을 기점으로 10년간에 걸친 사상 최장기 성장을 그치고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NBER는 600개 대학의 교수 등으로 구성된 민간 경제연구기관으로 경기순환을 측정, 공식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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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ER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 경제가 3월 정점에 도달함에 따라 91년3월 시작된 경제성장이 정확히 10년 만에 중단됐다”며 “9·11 테러가 경기위축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미 경제가 침체기에 진입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0번째이다. 가장 근래의 경제침체는 90년7월∼91년 3월이었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뚜렷한 조짐을 보여온 아시아 등 세계 기타 지역 역시 동반 침체의 어둠을 재삼 실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럼에도 뉴욕증시는 ‘침체 공식 선언’ 직후 상승했다. 미국을 축으로 한층 현실화해 가는 ‘경제 침체의 글로벌화’ 속에 분석가들은 내년 세계경제를 ‘고전 후 회복’으로 일단 전망하고 있다.
26일 뉴욕증시는 나스닥종합지수가 2.0% 오르는 등 평균 0.23% 상승했다.
경기 선행 지표를 판단의 축으로 삼는 투자자들이 이번 발표를 미국 경기의 회복기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1945년 이후 10차례의 미 경기침체기가 평균11개월씩 지속됐으므로 올 3월에 시작된 이번 침체기도 내년 2월경이면 끝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통상 경기에 6개월가량 선행하는 주가의 속성상 지금 상승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
실제로 최근 공표된 일부 지표는 미국 경제의 회복 조짐을 조심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10월 중 소매 판매가 9월에 비해 7.1% 상승한 데 이어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소비자인식지수도 2개월째 상승했고, 실업수당 최초 청구사례도 4주째 줄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가 오름세는 실적보다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타임지 12월 3일자는 지적했다. 미국이 대테러전쟁에서 만족스러운 전과를 거두고 우려했던 추가 테러가 발생하지 않자 경제 주체들이 예상보다 상황을 낙관하게 됐다는 것. “기술주에 대한 근거 없는 투자 붐이 경기 호황을 4년이나 연장시켰듯 지금의 낙관 심리가 경기 회복을 앞당기는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경제가 내년에는 약 1.5% 성장에 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30개 회원국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의 3%보다 3분의 2나 감소한 1%로 낮춰 잡는 등 주요 기구들마다 앞다투어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70년대 오일사태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의 3대 중심이 모두 경기침체로 고전하는 상황이 곧 도래할 것으로 뉴욕 타임스는 25일 전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내년 중반 이후 다시 세계 경제는 회복기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분석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