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와 처칠 英 전쟁수행 스타일 비교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39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들은 최고의 찬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윈스턴 처칠 총리같다”는 것이었다. 블레어 총리가 최근 연설 등에서 전시(戰時) 지도자의 표상인 처칠을 흉내내고 있다는 말도 많았다.

영국 더 타임스지는 두 사람의 전시 일과와 전쟁 수행 방식 등을 22일자에서 비교했다.

우선 블레어 총리는 9·11 테러 직후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미국 유럽 중동 등지를 오가며 반 테러 동맹 규합을 위한 외교전을 벌였다. 반면 처칠은 런던 지하 15m에 마련된 한 벙커에 머무르며 전쟁을 치러냈다.

2차대전 직전에 지어진 면적 2만4000㎡의 이 벙커는 1.5m 두께의 콘크리트 지붕과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독일이 벙커 주변을 공습하자 “벙커 위를 바로 때려주어야 안전도를 시험해볼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는 처칠의 말은 유명하다.

일과를 보면 블레어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오전 7시반에 일어나 9시반에 전시내각을 소집하고 오후 1시경 샌드위치와 생수 등으로 점심을 때운다. 오후 일과를 마친 뒤에는 8시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반면 처칠은 아침 8시반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시가를 피워물고 낮 12시반 샴페인을 곁들여 오찬을 즐긴 뒤 오후 3시에는 파자마 차림으로 낮잠, 4시부터는 목욕까지 했다고 한다.

오후 5시에 다시 일을 시작한 그는 8시에는 와인을 곁들여 만찬을 즐긴 대신 오전 4시까지 일했다는 것.

타임스지는 일정이 공개돼 ‘대중과의 전쟁’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블레어 총리가 남의 눈에 구애받지 않고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처칠보다 더 피곤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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