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총리 대통령 빰쳐"…모울렘 前장관 비난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45분


‘대통령 뺨치는 권력을 휘두르는 총리.’

미국을 도와 대(對) 테러전쟁을 수행 중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며 마치 대통령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비난의 직격탄을 날린 인물은 97년부터 올 5월까지 블레어 내각에서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을 지낸 모 모울렘 여사. 17일 BBC 방송의 ‘비밀 내각’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울렘 전 장관은 “블레어 총리가 내각 장관들을 제쳐놓고 소수의 보좌관들하고만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전쟁 관련 주무장관인 로빈 쿡 외무장관과 제프 훈 국방장관이 자주 언론에 얼굴을 비추고 있지만 사실상 정책 결정은 알라스테어 캠벨 공보전략 보좌관과 샐리 모건 정무담당 보좌관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모울렘 전 장관의 주장.

그는 “블레어 총리의 ‘권력 독점’ 경향은 97년 취임 후부터 계속 강해져 왔다”면서 “그의 내각에서 ‘허수아비’ 장관이 되기 싫어서 장관직을 사퇴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난에 발끈한 블레어 총리는 18일 “나는 장관들이 마음껏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왔다”면서 “불만이 있는 장관은 언론을 찾기 전에 나를 찾았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영국의 정치전문가들은 대체로 모울렘 전 장관의 주장에 수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레어 총리가 미국과 대 테러전을 공동 주도하면서 영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외교적 ‘상처’를 입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지난달 말 중동 4개국 순방 외교에서 방문국 정상들로부터 아프가니스탄 공격의 부당성을 비난하는 발언을 들어야 했다. 블레어 총리는 또 테러사태를 계기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이른바 유럽연합(EU) 3강국들만의 독자적 모임을 자주 추진해 EU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공동 외교 안보정책을 흔든다는 비난도 듣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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