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파키스탄 신문과 회견]"핵-화학무기 갖고 있다"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57분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사건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핵과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우르두어 신문인 아우사프(AUSAF)지는 10일 빈 라덴이 이 신문의 편집인인 하미드 미르 기자와 가진 단독 회견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핵과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같은 방법으로 보복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미드 미르 기자는 인터뷰의 신빙성을 묻는 서방언론의 질문에 "탈레반 군 지도자들에게 인터뷰 성사를 요청한 결과 7일 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눈이 가려진 채 지프차에 태워져 5시간 가량을 이동해 카불보다 훨씬 춥고 대공포 소리가 들리는 한 진흙 오두막집에서 8일 오전 빈 라덴을 만났다"고 경위를 밝혔다.

미르 기자는 "경호원 10여명을 거느리고 핵심 측근인 알 즈와히리와 함께 나타난 빈 라덴은 예전의 아주 부드러운 어조와는 달리 숙련한 웅변가처럼 열변을 토했으며 자주 웃는 등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며 "하지만 그는 '조만간 미국에 의해 살해될 것으로 느끼고 있으며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르 기자는 라덴이 아랍어로 대답하면 알 즈와히리가 영어로 번역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아우사프지와 파키스탄 영자신문 새벽(Dawn)지 등에 동시에 보도된 빈 라덴과의 일문일답 요약.

- 9·11 공격으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이슬람교도 수 백명이 희생됐는 데도 당신은 이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이슬람의 가르침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 만일 적이 이슬람 지역을 점령해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사용한다면 적을 공격하는게 허용된다는게 나의 견해다. 예컨대 강도가 집에 들어와 아이를 인질로 잡았다면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다칠 가능성이 있다 해도 강도를 공격할 수 있다. 미국과 그 우방들은 팔레스타인과 체첸, 카슈미르, 이라크에서 우리를 학살하고 있다.따라서 이슬람교도들에겐 보복할 권리가 있다. 9·11공격은 여성과 어린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 및 경제력의 상징물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민들이 정부에 반대해 들고 일어났듯이 이번에도 그래야 한다.

- 이집트의 최고 이슬람 성직자가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포고령을 내렸는데….

= 이슬람 역사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이들은 개인적 이득을 위해 적을 지원하지만 진정한 이슬람 율법학자는 미국에 대한 지하드를 지지한다.

- 당신이 핵과 화학 무기를 취득하려 한다는 서방언론 보도가 있는데 얼마나 정확한 이야기인가.

=만일 미국이 화학 또는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화학무기와 핵무기로 보복할 것이다. 우리는 억지력을 위해 이런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무기를 어디서 구했는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물러나고 알 아크사 사원이 해방된다면 어느 이슬람국가에서 재판을 받을 용의가 있는가

= 아프가니스탄만이 유일한 이슬람국가이다. 파키스탄은 미국 법을 따르고 있다.사우디 아라비아도 이슬람국가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나를 기소할 혐의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범죄사실을 확보하고 있다.

- 파키스탄 정부의 미국에 대한 협력을 어떻게 보나.

= 파키스탄은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무샤라프(파키스탄 대통령)는 국민과 알라에게 응징을 받을 것이다.

- (탈레반 최고 실권자인) 물라 오마르의 딸이 당신 부인이라거나 당신 딸이 오마르의 부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인가

=(웃으며) 내 부인들은 모두 아랍인이다. 내 딸들도 모두 아랍 무자헤딘과 결혼했다. 나는 물라 오마르와 정신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개인적 관계는 없다.오마르는 알라 이외에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이 시대의 위대하고 용감한 이슬람교도이다.

한편 영국의 선데이텔레그래프지는 11일 빈 라덴이 최근 내부 조직용으로 만든 미공개 비디오 테이프에서 그의 휘하 조직이 9·11 테러를 자행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의 산악지대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테이프는 최근 2주간 빈 라덴의 조직원들 사이에 교육용으로 돌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다음은 이 신문이 전한 빈 라덴의 주요 발언.

"우리 사람들을 죽인데 대해 복수하는 것이 테러라면 우리가 테러범임을 역사가 증언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그들의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다. 이것은 종교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합법적이다.(미소를 지으며) 세계무역센터는 세계를 학대하는 미국의 경제력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합법적 표적이었다. (여객기들을 납치한) 조종사들은 알라에게 축복을 받았다.

민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을 바꾸고 자신들의 입장을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취급한 것처럼 그들을 취급하고 있다.

테러에는 선한 것과 악한 것 두 종류가 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선한 테러다. 우리는 누가 그들을 지원하는 그들을 죽이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부시(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와 블레어(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물리력의 힘 밖에는 모른다. 그들이 우리를 죽일 때마다 우리도 그들을 죽여 테러의 균형을 이룰 것이다.

싸우는 것은 모든 이슬람교도의 의무다. 유대인을 죽이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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