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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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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미국의 공적(公敵) 1호’로 꼽혀온 카다피 리비아 국가평의회 의장은 23일 카타르의 위성TV 알 자지라와 가진 회견에서 “미국은 ‘9·11 테러 참사’에 대해 보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테러보복권은 일종의 자위권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보할 필요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비폭력’을 줄곧 주장해 온 달라이 라마는 같은 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테러 응징전에 대해 “미국의 공격방식은 ‘문명화된 접근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회 연설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1, 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 한국전쟁과 달리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아주 신중하게 목표물을 선정해 민간인 사상자를 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데 감탄하고 있다”며 “이는 보다 문명화됐다는 징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폭력으로 물질적인 것들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사상이나 감정을 없앨 수는 없으며 대화와 이성(理性)만이 장기적이고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 미국의 무력보복전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미국의 테러 보복권을 인정한 카다피 역시 “국제회의에서 테러에 관한 정의가 내려지기 이전엔 미국 테러 참사 혐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테러분자로 규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는 것까지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