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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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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테러와 탄저균 공격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라.’ 미국 정부가 지난달 11일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항공기 납치 테러 사건과 최근의 탄저균 사태간에 연결 고리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미 정부는 탄저균 감염 사태가 9·11 테러를 감행한 알 카에다 조직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구체적인 확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번 사태는 국제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며 “백악관은 9·11테러와 탄저균 공격 사이에 모종의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게파드 하원 원내총무도 “두 사건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이 되지만 물증은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 지도자들의 추측성 발언에 대한 비난여론이 제기되자 미 수사당국은 두 사건 사이에 연관성을 찾지 못했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나섰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로버트 뮬러 국장은 24일 “확인된 몇 건의 탄저균 감염이 조직적인 테러에 의해 일어났지는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면서 “9·11 항공기 테러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지도 24일 “미 경찰과 보안당국이 탄저균 사태와 9·11 테러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항공기 납치를 감행한 19명의 테러리스트 저택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탄저균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이라크나 동유럽 동남아 등 탄저균 제조능력이 있는 국가들에서 9·11 테러조직이 탄저균을 구입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뉴욕포스트지는 24일 오사마 빈 라덴이 동유럽과 동남아 공장들에서 1만달러 어치의 탄저균 샘플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탄저균 공격의 제조 방식이나 기술 수준으로 볼 때 외국보다는 미국 내에서 제조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쓰인 탄저균은 살포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수 물질을 코팅하는 제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군에서 쓰일 만한 고도의 미립자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교한 기술을 이라크나 동남아 국가가 갖고 있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국가안보위원회(NSC)의 대니얼 벤저민 분석가는 “탄저균 편지 발송인이 9·11 테러와의 연관성을 유난히 강조한 것으로 볼 때 9·11 테러로 관심을 돌리려는 국내 테러분자들의 소행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 조사는 매우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