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법원, 빈 라덴 추정편지 공개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0분


“우리는 모든 이슬람 형제들과 더불어 파키스탄이 이슬람 국가로는 처음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축하해야 한다.”

지난 달 미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4통이 18일 공개됐다. 이탈리아 토리노 법원은 98년 케냐 미 대사관 폭발사건 용의자 이브라힘 맘두 엘라반의 항소심에서 당시 영국 경찰이 압수한 편지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보도했다.

빈 라덴은 그의 추종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한 편지에서 “우리는 모든 이슬람 형제국이 파키스탄처럼 핵무기를 갖고 화학 생물학 무기도 보유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른 편지에서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의 테러 지지 국가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탈레반이 훌륭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사들에게 무조건 싸우라고 말하기보다 싸울 때까지 기다리라고 설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등 테러 수칙도 제시했다.

빈 라덴은 미국의 이라크 제재 조치는 최악의 국제테러로, 미군을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지역에서 몰아내는 것은 ‘이슬람교도의 성스러운 의무’라며 “나 역시 아프가니스탄의 기지에서 이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썼다.

이 편지들은 빈 라덴이 런던에 있는 추종자들에게 테러를 교사하는 과정에서 보낸 것들로 런던 경시청이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발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리노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맘두 엘라반은 그의 차고에서 소음기가 부착된 기관총 등 무기류와 금괴가 발견되면서 이탈리아 경찰에 체포됐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토리노 지역에서 많은 극단주의자들이 암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18일 이 편지들이 빈 라덴의 것으로 확인될 경우 그가 어떻게 추종자를 선동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빈 라덴 조직의 테러 용의자들을 변호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편지들이 진짜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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