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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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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잔해에 남겨진 십자형 철골 구조물(사진)이 뉴욕 의 명물이 됐다.
이 ‘십자가’는 쌍둥이 WTC 건물 중 먼저 붕괴된 북쪽 건물의 철 구조물의 일부분이 떨어져 만들어졌다. 십자가는 건물 잔해와 함께 떨어졌으나 신기하게도 땅에 꼿꼿하게 박힌 채 사흘 뒤 구조요원들에 의해 발견됐다. 구조요원 프랭크 실레치아는 “건물 잔해에서 시체를 찾던 중 십자가를 발견했다”면서 “한동안 일손을 놓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고 고백했다. 동료 구조요원들도 “십자가 모양의 잔해가 생긴 것은 기적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시 당국은 이 십자가를 행인들이 많이 볼 수 있도록 3일 WTC 건물 앞 서쪽 거리로 옮긴 뒤 ‘숨진 우리 형제들을 축복하소서’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받침대도 만들었다. 4일에는 백파이프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브라이언 조던 신부가 십자가에 성수를 뿌리는 축성(祝聖)행사를 집전했다. 축성식을 지켜본 행인들은 손에 손을 잡고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노래를 합창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