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받은 카불시내 곳곳 불기둥

  • 입력 2001년 10월 8일 05시 14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TV연설을 통해 영국군이공습에 가담했음을 발표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TV연설을 통해 영국군이
공습에 가담했음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테러 참사 이후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보복 공습을 준비해온 미국과 영국이 7일 밤(아프가니스탄 현지시간) 전격적인 공습을 단행하자 프랑스 독일 등 서방측은 즉각 정당한 행위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탈레반측은 “테러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결코 오사마 빈 라덴을 넘겨줄 수 없다는 뜻과 함께 결사항전을 결의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군과 영국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 20분 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TV에 출연해 생방송을 통해 “미국의 공습은 테러참사를 일으킨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에 대한 응징”이라고 강조했다.

공습 직후 아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공격 개시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전선을 열었으며 카불이 폭발로 뒤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군사작전과 관련해 “이번 공습의 목표는 빈 라덴의 비밀캠프와 그의 방공망”이라고 강조했다.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7일 밤 전격 단행되자 미국 CNN, NBC, CBS방송 등과 영국 BBC방송은 미군과 영국군의 아프가니스탄 주요 시설들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면서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아프간 공격상황을 중계했다.

이들 주요 방송은 하나같이 ‘미국의 반격(AMERICA STRIKES BACK)’이라는 특별방송을 통해 공격을 받고 있는 카불 시내의 모습과 부시 대통령의 아프간 공격발표 회견 등을 생중계했다.

○…CNN은 카타르에 본사가 있는 한 케이블TV방송의 화면을 빌려 멀리 어둠 속에서 카불 시내 건물이 폭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모습을 계속 방송했다.

CNN방송은 미군과 영국군의 합작으로 이뤄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1차 공격에서 최초의 목표는 아프간의 방공망으로 미국은 다음 공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방공망 초토화를 시도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또 그 밖의 주요 공항의 통제시설 등 아프간의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이번 크루즈 미사일 공격에는 적어도 2척의 미국 항공모함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영국의 공습직후 CNN방송은 아프가니스탄 남부도시 칸다하르에서도 포격소리가 들렸다고 전했으며 BBC방송도 ‘미국의 공습시작’이라는 자막과 함께 “미군과 영국군의 공격으로 탈레반 정권은 미 테러참사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탈레반군이 대포와 대공포 등을 발사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카불 상공에는 제트기가 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첫 폭발음이 카불시내에서 들린 데 이어 5차례의 폭발이 잇따라 발생, 도시가 뒤흔들렸으며 이로 인해 카불시내의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주장해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7일 “이번 공습에는 미군과 함께 영국군이 참여했다”고 강조하고 “이번 전쟁은 테러리즘에 반대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 병력지원을 결정한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성명을 통해 “무고한 인명을 대량학살할 테러집단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선언하고 “호주는 보이지 않는 인류의 적을 제거하기 위해 병력을 증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공습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일제히 이번 공습을 정당한 것으로 규정하고 지지를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습직전 프랑스 독일 러시아 유럽연합(EU) 등에 공습시작을 예고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최근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 공습 계획을 직접 통보 받았다”고 말하고 “이번 공격이 국제 테러리즘을 근절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미국의 군사작전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8일 오전 3시경 긴급 회견을 갖고 “미국 파월 국무장관으로부터 자정 직후 공습 계획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며 미국의 공격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에 긴급 테러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가능한 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면서 그러나 8일 예정된 중국 방문은 계획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또 15일에는 한국을 방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탈레반측은 공습 직후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대해 ‘테러 행위(terrorist act)’라고 비난하고 빈 라덴을 결코 미국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통신(AIP)이 보도했다.

또 파키스탄의 항구도시 카라치 주재 탈레반 총영사인 레흐마툴라 카카자다는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하드(성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공격을 비난한다”면서 “비행기가 카불을 공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 다른 내용은 듣지 못했으며 우리는 지하드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자히르 샤 전 아프가니스탄 국왕의 한 고위간부는 그가 7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TV로 보면서 큰 충격을 받고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이 간부는 “슬픈 일이다. 또한 비극적이다. 이제 내 희망은 공습이 일찍 끝나서 사람들이 더 이상 다치지 않는 것이다. 이 공습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바랐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군과 영국군의 공습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접국인 파키스탄은 순식간에초긴장 상태에 휩싸였다.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의 차량 통행은 거의 끊겼으며 외국 취재진이 밀집한 호텔가와 주요 관청가는 불을 환히 밝힌 채 이어지는 급보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북동부 거점도시 중 하나인 잘랄라바드에도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하면서 이곳에서 가까운 파키스탄의 페샤와르에는 공포감이 몰려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에서는 60㎞ 떨어진 이곳 주민들은 탈레반측의 반격으로 대공포나 스커드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을까 공포감에 휩싸여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경학기자·이슬라마바드〓전영한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도쿄〓이영이특파원·파리〓박제균특파원>

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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