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치명적 전염병 확산…콜레라등 번져 사망자 속출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16분


비참한 난민생활
비참한 난민생활
미국 영국 등 다국적군의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치명적인 전염병들이 번져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접경 파키스탄의 난민촌들에서는 크리미아 콩고 출혈열이 퍼지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도 말라리아와 콜레라 환자들이 속출하는 ‘대재앙’이 진행중이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이 최근 전했다.

크리미아 참전 러시아 군인들과 콩고 일부 부족사이에 나돌아 크리미아 콩고 출혈열로 불리는 이 전염병은 6일 현재 확인된 환자만 40명으로 이미 11명이 사망했다. 파키스탄 보건당국은 발루치스탄주 퀘타 난민촌에 격리병동을 설치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노약자등 수백명 숨져▼

이 병에 걸리면 동맥 정맥 등 혈관계통이 손상되며 인체에 나 있는 모든 구멍으로부터 피를 쏟는 등 에볼라 바이러스와 유사한 증상을 일으키며 죽게 된다.

조사단은 이 바이러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넘어왔을 것으로 예상하며, 현재 아프간 내 빈민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창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아프간 내부의 피해 상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콜레라의 경우 최근 아프가니스탄 내부에서 5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 이 중 100명 이상이 숨졌다는 보고가 들어왔으며 그나마도 극히 축소된 숫자로 보인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최근 철수한 세계보건기구(WHO) 직원들이 밝혔다.

말라리아 역시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잘랄라바드와 북부 칸두스 등지에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으며 이미 어린이들과 노약자 수백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양상태도 심각한 상황▼

아프가니스탄과 난민촌에서 이 같은 치명적인 질병들이 창궐하고 있는 것은 22년간의 내전과 4년간에 걸친 가뭄으로 보건위생 체계가 와해됐을 뿐만 아니라 식량부족으로 영양공급 체계마저 큰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WHO 세계식량계획(WFP) 세계아동기구 등 유엔기구 관계자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대거 철수해 기본적인 약품 공급과 치료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계아동기구는 피란에 나선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출산하다가 숨지고 있으며 신생아 역시 출생 직후부터 영양 위생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인다고 보고하고 있다.

▼생물무기 노출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피란민들이 파키스탄 쪽으로 끌고 나오는 가축들이 전염병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죽은 가축 고기가 난민촌에서 유통되는 것을 빨리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내 알 카이다 훈련기지 등에서 생물무기를 서투르게 실험하다가 치명적인 병균이 노출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WHO 등은 다량의 말라리아 치료제와 백신 등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임시 병원을 세우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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