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우즈베크 접경에 병력배치…“美 침공땐 보복공격”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16분


'불타는 미국'
'불타는 미국'
대규모 지상군 병력을 실은 미 군용기들이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고 아프가니스탄이 미 정찰기에 대공포 사격을 가하는 등 아프가니스탄 주변지역의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탈레반 정권에 대한 전면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전운 감도는 아프가니스탄〓수도 카불에서는 6일 미국의 정찰기로 보이는 항공기를 향해 탈레반이 대공포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실제 전투를 방불케하는 상황이 25분여동안 전개됐다.

이날 오후 흰색 항공기 한 대가 수천m 상공에 나타나자 탈레반은 3, 4곳의 진지에서 대공포를 발사했다. 탈레반은 이어 80년대초 옛 소련군과의 전쟁 때 영국으로부터 지원받은 미사일까지 발사했지만 항공기를 격추시키지는 못했다.

대공포 소리에 놀란 카불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오는 등 마치 공황에 가까운 상황을 연출했지만 항공기가 사라지자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생활로 돌아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탈레반측은 이 항공기가 미군 소속 정찰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 당국은 군사 움직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는 국방부 방침에 따라 일절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CNN방송 군사분석가인 웨슬리 클라크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내부 곳곳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미군의 무인 정찰기 중 한 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美 수송기 속속 도착▼

▽미 공격 중심지로 부상하는 우즈베키스탄〓미국이 자국 영공과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우즈베키스탄이 허용함에 따라 최정예 미국 지상군을 실은 수송기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탈레반도 이에 맞서 8000여명의 지상군을 국경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한편 우즈베키스탄에 보복 공격 위협을 가하고 있다.

6일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남서쪽으로 300여㎞ 떨어진 카나바드 공군기지에서는 미군 수송기 3, 4대가 착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수송기에는 아프가니스탄 고산지대에서 작전을 수행하게 될 제10 산악사단 병력 1000여명이 타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미군의 기지 사용을 인도적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했다고 밝혔지만 이들 병력이 산악전투와 혹한기 임무수행에 탁월한 부대 구성원들이라는 점에서 국경을 넘어 탈레반과 직접 교전을 벌이는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탈레반은 북부 우즈베키스탄과의 국경지대에 8000명의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우즈베키스탄 국경으로부터 어떤 공격이라도 가해질 경우 우즈베키스탄에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도시 주변 난민 소개령▼

▽정지작업 계속중인 파키스탄〓중무장한 경찰과 군 병력을 발루치스탄주 군사도시 퀘타 공군기지 주변에 배치하는 등 미 공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대비한 준비에 나섰다고 파키스탄의 한 소식통이 7일 전했다.

이와 함께 퀘타 주변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게 비상 소개령을 내려 일부 난민들은 가재도구만 챙겨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퀘타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의 근거지인 칸다하르와 불과 230㎞ 떨어져 있는 도시로 10만명 이상의 난민이 있다. 파키스탄 당국은 카슈미르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민병대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HUM) 지도자 셰이크 파즐루어 레만 하릴을 3일 체포했다고 이슬람교도 권익단체인 런던 소재 이슬람 관측센터(IOC)의 야세르 알 시리 사무총장이 6일 밝혔다.

하릴은 1998년 2월 빈 라덴과 함께 미국에 반대하는 파트와(율령)에 서명하는 등 빈 라덴과 동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HUM은 지난달 24일 부시 미 대통령에 의해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이다 등과 함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 27개 테러단체 및 개인 중 하나.

파키스탄당국은 또 탈레반을 지지해온 파키스탄 내 급진 이슬람 정당인 자미아트 울레마 에 이슬람(JUI)당 지도자로 추종자들에게 대미 성전을 촉구해온 파즈루르 라흐만이 7일 반미집회에 참석하기 수 시간 전에 그를 가택연금 조치했다.

한편 6일 3년 임기를 마쳐 군 최고지휘자 지위를 내놓을 예정이었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파키스탄 군부 및 내각의 승인을 얻어 임기를 무기한 연장했다고 UPI통신이 전했다.

<홍권희·신치영기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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