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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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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당시 승객과 승무원 290명을 태우고 이란의 반다르아바스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 여객기는 이륙 10여분만에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미 순양함 빈센스호가 발사한 함대공 미사일 2발에 맞아 격추됐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부근 해상에서 이란 함정들과 교전 중이었던 미군측은 “레이더상에 이란의 F14전투기가 빈센스를 공격하기 위해 돌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당방위 차원에서 격추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해군은 이란과 이라크간의 전쟁으로부터 제3국의 유조선을 보호하기 위해 87년 7월부터 개입, 이란과는 종종 무력충돌을 했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미 군함이 전투기와 여객기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건 거짓말이라며 전면전을 선언했고 특히 강경파는 미군에 대해 대대적인 군사공격을 가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극도로 흥분했다.
그러자 안팎의 비난여론에 시달리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마지못해 여객기 격추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란 달래기’에 전념했다. 미국 정부는 이후 희생자 유가족에게 배상금도 지불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미국으로부터 무전교신 내용 등을 제공받아 구체적인 사건 경위 조사에 나섰으며 결국 ‘우발적인 사고’로 결론지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