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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4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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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러 사건의 여파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침체 위기에 있던 미국 경제가 더욱 위축되자 미국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 등을 중심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쇼핑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NPR 라디오 방송의 토크쇼 진행자인 다이안 렘은 테러 사건 발생 직후 그동안 미뤄왔던 새 고급 승용차를 자신의 65회 생일을 기념해 구입하고, 뉴욕 증시가 재개장하자마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그녀는 평소 애국을 강조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미국 경제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 같은 행동을 했다고 3일 USA투데이지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정치인들도 경기 진작을 위해 국민들에게 쇼핑을 열심히 권장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 미국민들에게 다시 종전처럼 비행기도 타고, 디즈니랜드로 놀러 갈 것을 촉구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시민들에게 “쇼핑에 나서 돈을 쓰라”고 보다 노골적으로 당부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테러 사건 피해자들의 자녀들에게 줄 수백달러어치의 선물을 구입했고, 몇몇 주의 주지사와 시장들은 지난 주말 일부러 뉴욕을 방문해 외식과 쇼핑, 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을 하며 기꺼이 주머니돈을 털었다.
평범한 시민들 가운데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쇼핑을 앞당겨 하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애국심에서 의무적인 쇼핑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시민들은 무더기 쇼핑을 하는 이유가 가게들이 문을 닫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들이 사는 물건은 물론 대부분 ‘Made in USA(미제)’다.
뉴욕에는 ‘뉴욕이여 반격하라. 가서 돈을 쓰자’는 문구가 들어간 티셔츠와 배지까지 등장했다.
애국심에서 비롯된 이 같은 소비행태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로버트 라이히 전 노동장관은 “애국심에 기대어 더 많이 소비하라고 요청하는 것은 별 소용이 없으며 전시에는 소비를 유보하고 줄이는 것이 옳다”고 말한 뒤 “쇼핑보다는 대기업들이 앞으로 6개월간 감원을 중단하거나, 의회가 1년간 소득세를 낮추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경제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