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주범 아타 유서 발견…CNN "96년 작성한 듯"

  • 입력 2001년 10월 4일 00시 07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건물에 자살 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진 테러사건 주모자 모하메드 아타(33)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미 CNN 방송이 독일 슈피겔지 보도를 인용해 2일 보도했다.

이 유서는 사건 당일 보스턴 로건공항 주차장에서 발견된 차량에 있던 여행가방 안에 담겨 있었다.

아타는 이 유서에서 “내 주검 옆에 모인 사람들은 알라(이슬람의 유일신)를 기억하고 내가 천사와 함께하도록 기도해 달라”고 적었다.

또 그는 “나는 임신한 여성이나 청결치 않은 사람이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여성이 나의 장례식에 오거나 무덤에 찾아오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타는 이어 “독실한 이슬람 신도 곁에 묻어주고 나의 얼굴은 메카(이슬람 성지)를 바라보는 동쪽을 향하도록 해 달라”고 적었다. 그는 또 “내가 가진 돈의 3분의 1을 가난하고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고 내가 소유하고 있는 책은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전해달라”고 전했다.

CNN은 미국 수사 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아타가 미국 동시다발 테러범 가운데 팀장이었으며 이 유서는 1996년에 쓰인 것”이라고 전하면서 이는 그가 자살 테러를 감행하기까지 수년 동안 계획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시신을 묻어달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시신을 발견하기 힘든 이번 테러와 같은 일을 계획하기 이전에 작성했을 것으로 수사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스위스 수사당국에 따르면 아타는 테러 감행 약 두달 전인 7월 8일 스위스에어편으로 미국 마이애미를 출발한 뒤 스위스 취리히를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를 여행했다.

아타는 경유지인 취리히 국제공항의 자동인출기에서 1700프랑의 현금을 빼냈으며 신용카드로 면세점에서 주머니칼 2개를 구입했다. 이 칼은 유서가 들어있던 가방에서 발견됐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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