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정권 和-戰 양면전략…"증거 있을땐 라덴 인도" 시사

  • 입력 2001년 10월 3일 19시 01분


미국의 대대적 보복공격이 다가오면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정권이 강온 양면책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탈레반정권은 최근까지 행방조차 모른다던 오사마 빈 라덴을 자신들이 보호중이라고 공식시인하고 핵무기 보유설까지 흘리며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론 빈 라덴의 인도문제를 논의할 협상을 시작하자고 미국측에 제안했다.

탈레반의 대외창구 역할을 해온 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2일 파키스탄 남서부 도시 퀘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전쟁보다는 협상을 바란다”며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자이프 대사는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를 악화시킬 뿐 이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 “미국이 증거를 갖고 있다면 왜 우리정부와 직접적으로 대화하지 않는가”라며 협상을 요구했다. 그는 “만일 빈 라덴이 이번 행위(테러)에 연루됐다면 이는 명백한 태러행위로 비이슬람적인 것”이라는 말로 증거가 확보될 경우 빈 라덴의 인도를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태도는 전날까지 결사항전을 다짐하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오바이둘라 탈레반 국방장관은 1일 “우리의 적은 강하지만 우리의 신은 가장 강력한 존재”라면서 파키스탄국경 인근에 주둔중인 탈레반 전사들에게 외국 침략자에 맞서 전력을 다해 싸우라고 촉구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지난달 30일 탈레반정권이 전복될 경우 산악지역으로 퇴각해 장기적인 유혈 게릴라전을 펼치겠다는 라디오성명으로 미국을 위협했다.

자이프 대사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빈 라덴을 모처에서 보호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면서 그의 신병인도를 거부하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심지어 탈레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위협까지 나왔다. 탈레반 정권의 고위층 성직자인 하피즈 후세인 아흐메드는 지난달 30일자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지와 인터뷰에서 “만약 미국과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을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우리도 같은 형태의 전술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흐메드는 “우리는 구소련이 붕괴했을 때 소련으로부터 핵무기들을 가져왔으며 엄청난 양을 보유하고 있지만 1급비밀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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