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끝까지 싸우겠다”…아프간, 부시최후통첩 거부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결국 미국을 상대로 한 ‘성전(聖戰·지하드)’을 선택했다.

탈레반은 21일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후 통첩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부했다.

압둘 살람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는 이날 부시 대통령의 의회 연설 후 파키스탄의 AIP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자에프 대사는 “빈 라덴과 관련한 우리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며 “그를 미국에 인도하거나 국외로 추방하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의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의사당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탈레반에 빈 라덴과 그의 추종세력을 즉각 인도하라고 촉구했다.

자에프 대사는 탈레반 정권의 대외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이날 발언은 탈레반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는 또 “빈 라덴이 스스로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는 있지만 우리가 그에게 나가라고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열린 종교지도자 회의에서 나온 ‘빈 라덴에게 자발적인 출국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탈레반 지도부가 수용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자에프 대사는 회견에서 “문제는 빈 라덴이 아니며 미국은 이슬람을 공격하기 위해 빈 라덴을 구실로 삼고 있을 뿐”이라며 이슬람권의 공동 대응을 간접 촉구했다.

그동안 탈레반은 “빈 라덴이 테러에 관련됐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면 그를 인도하겠다”며 해석에 따라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20일 종교지도자 회의에서 빈 라덴의 자발적인 출국을 결의한 내용도 같은 맥락. 이 때문에 ‘탈레반이 전쟁 준비를 갖출 시간을 벌기 위한 지연전술을 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따라서 과거보다 훨씬 강경해진 자에프 대사의 이날 발언은 탈레반 정권이 본격적으로 전쟁을 치를 준비를 갖췄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에프 대사는 “우리는 이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돼 있다”며 “탈레반 전사들은 이슬람을 모독하는 자라면 누구와라도 성전을 치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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