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군사대응과 전망]군사력 대이동…'무한정의' 작전 돌입

  • 입력 2001년 9월 20일 19시 03분



미국 국방부가 19일 본토의 전투기 등을 걸프 지역으로 배치하는 명령을 발동함으로써 미국이 공언한 ‘테러와의 전쟁’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2단계 대대적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1단계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 위해 인근 아라비아해에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엔터프라이즈호가 중심이 된 대규모 전단을 배치한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저녁 의회에서 행할 연설에 관해 언론에 브리핑하며 “군사력 이동은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위한 초기 단계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앞으로 더 많은 (군사적) 움직임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테러 사건 발생 후 강력한 보복방침만을 천명했을 뿐 언제 어떻게 군사적 대응을 할 것인지에 관해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의 작전계획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테러범들이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지는 20일 “대규모 군사력 이동에도 불구하고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인 전쟁과는 달리 아프가니스탄의 산악 지역에 깊숙이 숨어 있는 테러리스트를 색출, 응징하기 위해선 확실한 정보와 보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

미국은 98년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기 위해 75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슬람 사원 1개를 파괴하고 염소 몇 마리를 죽였을 뿐 테러 조직에는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해 낭패를 본 전례가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20년간의 전란으로 인해 국토 전체가 폐허나 다름없는 상태로 미국이 미사일로 공격할 만한 군사시설 등이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테러범들이 훈련 캠프로 사용하는 10달러짜리 텐트를 공격하기 위해 200만달러짜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는 없다며 특공대 투입 등 보다 효율적인 대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현재 군사작전 외에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등 테러리즘을 비호하는 국가와 조직 등을 상대로 외교, 경제적 제재를 병행하는 총력전을 통해테러를 근절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빈 라덴의 소재를 파악하고, 파키스탄 등 아프가니스탄 인접국에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위한 기지를 마련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번 전쟁은 전혀 성격이 다른 싸움으로 몇 년에 걸친 장기전이 될 것”이라며 미국인들에게 인내를 당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보수파는 공격 대상에 이라크를 포함,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외교적 해결 노력을 강조하며 이에 반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포위츠 부장관 등은 광범위하고 신속한 군사대응에 대한 결단을 촉구하는 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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