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前 투기거래 시세차익 의혹… 수십배 폭증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52분


미국 동시다발 테러를 자행한 테러집단이 테러직전 옵션과 선물 등에 투자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가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점차 현실성을 띠고 있다.

실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하비 피트 위원장은 18일 “테러와 관련 있는 다양한 시장행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전문 블룸버그 통신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 테러와 관련 있는 투기성격의 거래가 테러 발생일인 11일을 전후해 미국과 독일 등에서 폭증해 관계 당국이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뉴욕증시의 거래 자료 조사 결과 사건발생 전날인 10일 아메리칸항공사의 풋옵션(미래 일정시점에 팔 수 있는 권리) 거래량이 통상 거래의 5배 가량 늘어난 1535계약건수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풋옵션은 아메리칸항공의 주가가 10월 20일 이전에 3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익이 발생하는 것이 조건. 테러사건으로 이 항공사 주가가 폭락하자 당초 33만7700달러였던 풋옵션은 현재 160만달러로 5배가량 가격이 오른 상태다.

또 아메리칸항공과 함께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유나이티드항공의 10월물 풋옵션 역시 사건 발생 사흘전인 6일 평소보다 수십배 많은 2000건의 계약이 거래됐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6일 18만달러였던 풋옵션은 17일 240만달러 상당으로 13.4배가량 치솟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22개층을 임대해 사용했던 모건 스탠리와 테러 현장 가까이에 위치한 메릴린치 증권사 주식에 대한 풋옵션 거래도 테러일을 전후해 통상 거래량보다 12∼25배 많았으며 씨티은행, 베어스턴스 증권과 대형 보험중개회사인 마시 앤드 맥레넌사의 옵션 거래도 이상 증가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는 테러발생 전일과 당일 이뤄진 의심스러운 주식 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 독일 영국 3개국은 공조태세를 갖춰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뮌헨 등 유럽 대형 보험사들의 주식을 둘러싼 수상한 거래를 추적중이며 스위스 연방검찰도 테러리스트들과 연관있는 돈이 스위스 은행 계좌로 입금됐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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