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아프간 협상 결렬 가능성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02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 인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종교지도자 회의를 18일 소집함에 따라 미국의 보복공격을 눈 앞에 둔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이 기로에 놓여 있다.

미국의 최후통첩을 전달하기 위해 17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파키스탄 대표단은 이날 칸다하르에서 아프가니스탄 최고지도자 물라 오하마드 오마르 등과 회의를 가진데 이어 18일에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 고위 관리들과 협상을 계속했다.

하지만 탈레반 정권이 빈 라덴의 신병 인도에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탈레반 지도자들이 성전(聖戰)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어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지도자 회의〓 지르가 로 불리는 이 회의에는 아프가니스탄의 32개 부족을 대표하는 600여명의 성직자가 참석한다. 20여명의 최고 종교지도자와 각 부족에서 20여명씩 소집된 울라마(이슬람 율법학자)와 부족장들이 대상. 파키스탄 협상 대표단 중 한 명도 참석할 예정이다.

▽회의 전망〓뉴욕타임스와 CNN 방송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회의는 빈 라덴의 인도보다는 전쟁 대책을 논의하는 위해 소집된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이 막판에 빈 라덴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카불에 남아있던 유일한 서방 기자인 CNN의 닉 로버트슨 기자는 18일 철수 전 마지막 보도를 통해 "이번 회의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비책을 논의하고 지하드(성전) 결의를 다지는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압둘 사타르 파키스탄 외무장관도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빈 라덴의 인도를 바라는 것은 '기대'가 아니라 '꿈'일 정도로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이제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불투명한 협상 전망〓파키스탄 대표단은 종교지도자 회의에 참석할 인사들 중 20여명의 핵심 지도자와 만나 "빈 라덴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이번 주말 미국의 공격이 개시될 것이라는 것을 통보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그러나 오마르가 17일 파키스탄 협상 대표단에 까다로운 빈 라덴의 인도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협상이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오마르가 대표단에 △빈 라덴의 테러 연루에 대한 구체적 증거 제시 △50여개 이슬람 국가로 이뤄진 이슬람회의기구(OIC)로부터 빈 라덴 인도에 대한 승인을 받을 것 △빈 라덴 재판 법정에 최소 한명의 이슬람교도 판사를 배석시킬 것 등 3개 조건을 요구했다고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오마르가 가장 강력하게 요청한 첫 번째 조건에 대해 대표단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협상 결과는 회의적 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도 탈레반 정권이 △중립국에서의 빈 라덴 재판 △경제재재 해제 △반군지원 중단 △경제지원 등의 전제조건을 내걸었다고 전하면서 대표단은 18일 파키스탄으로 돌아가 미국의 답변을 들은 뒤 다시 카불로 가서 협상에 나설 것 이라고 전했다.

▽고조되는 위기〓아프가니스탄의 빈 라덴 인도 거부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흘간의 말미를 줬던 미국이 주말쯤 본격적인 군사공격에 나설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줄곧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서로 국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공습에 대비해 자국 영공을 폐쇄하는 한편 파키스탄의 카이베르 접경지대에 2만5000여명의 병력과 스커드 미사일을 배치했다. 토르크햄 접경지대에도 사정거리 2㎞의 대공포를 전진 배치시켰다.

파키스탄도 토르크햄에 주둔중인 공수부대를 증강하는 등 국경지배 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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