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조종훈련 받은 4명 테러기 탑승 확인

  • 입력 2001년 9월 13일 23시 17분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자살비행 테러의 용의자 4명의 신원과 이들의 테러 직전 행적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13일 용의자 4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형제와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사촌형제 등 피로 맺어진 관계라고 공개했다. 이들은 미국에 건너가 조종훈련을 받고 테러 직전 이사를 하는 등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테러를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4명은 탈취한 비행기를 몰고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돌진하는 자살테러를 벌인 것으로 확인돼가고 있다. FBI는 이들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또다른 한 명도 조종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A 11편 납치 테러를 맡은 형제〓FBI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아미르와 아드난 부카리 형제가 11일 보스턴 로건공항을 출발한 뒤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아메리칸 항공(AA)11편을 납치한 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탑승자 명단에 올라있으며 자살테러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부카리 형제는 최근까지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며 ‘플라이트 세이프티 인터내셔널’ 비행학교에서 조종훈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FBI는 탑승자 명단에 있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다 이들이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렌터카를 찾아냈으며 이어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있는 부카리 형제의 집에서 아드난의 비행교본과 함께 조종사 자격증을 발견했다.

이들이 살던 집 주인은 “부카리 형제가 8월말 이사를 갔으며 이웃에 살던 사우디 조종사도 지난주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FBI는 부카리 형제의 옆집 사우디인이 워싱턴이나 뉴어크에서 출발해 국방부 건물과 피츠버그 인근에 추락한 항공기의 테러범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고 보고 있다.

FBI는 부카리 형제가 테러를 위해 승용차 편으로 메인주 포틀랜드로 이동한 뒤 포틀랜드 공항에서 유나이티드 항공(UA) 5930편을 타고 테러 당일인 11일 아침 로건공항에 도착해 AA 11편을 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UA 175편 납치 테러를 맡은 사촌들〓역시 로건공항을 출발한 뒤 UA 175편을 납치해 세계무역센터를 들이받은 테러 용의자는 아랍에미리트 출신 독일인 모하마드 아타(33)와 마르완 알 셰히(23)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들은 사촌관계로 지난해 7월 플로리다주 후프먼 비행학교에서 조종훈련을 받기 시작해 올 1월 비행과정을 수료했다. FBI는 이들이 로건공항에 세워둔 렌터카에서 아랍어 항공교본을 찾아냈다.아내 이들의 원거주지인 함부르크 집을 수색해 주도록 독일경찰에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경찰은 미국 테러 사건의 배후 근거지로 보이는 함부르크에 있는 아파트를 수색해 공항근무요원이라고 주장하는 여성 테러 용의자 1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함부르크 지역에 지원세력을 갖고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이들 5명의 행적〓FBI는 이들 용의자 5명이 지난주 보스턴 동북부에 있는 방고르로 근거지로 옮겨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구체적인 테러계획을 모의해왔으며 비행기 납치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초 휴대전화를 구입하려다 신분증이 없어 거절당하자 다시 현금 3000달러를 주고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그후 이들은 사건 당일 보스턴에서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구하려다 실패하자 포틀랜드 공항에서 비행기표를 구입해 로건공항에 가까스로 도착해 테러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FBI는 보스턴과 방고르 등 뉴잉글랜드 지역을 중심으로 테러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행로와 공범과의 접촉여부에 대해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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