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 참사]뉴욕-워싱턴 교민 유학생 표정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사상 초유의 테러 사태를 겪은 미국 뉴욕과 워싱턴의 교민 사회는 사건이 발생한지 12시간 이상 지난 11일 밤(현지시간)에도 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였다.

뉴욕시 인근인 뉴저지주 에지워터에 사는 교민 이성훈씨(32)는 “세계무역센터에서 근무하는 교포 후배에게 연락이 안되고 있어 애가 탄다”며 “사건 발생 당시인 오전에는 회의 등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 고급 인력들이 상당수 희생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세계무역센터 주변에는 소규모 가게 등을 운영하는 교민들이 상당수 있는데 피해를 크게 보았을 것”이라며 “허드슨강을 사이에 두고 하루종일 화염에 싸인 맨해튼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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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아일랜드에 사는 교민 이혜영씨는 “뉴욕시내로 가는 교량과 도로는 모두 폐쇄돼 뉴욕에서 밖으로 나올 수는 있어도 외곽에서 들어갈 수는 없는 상태”라며 “학교도 가게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학교 1, 2학년인 딸들이 아직도 겁에 질려 있다”며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붕괴된 직후 딸의 한 미국인 친구의 어머니가 울면서 학교로 찾아와 ‘애 아빠가 무역센터 건물로 회의를 하러 갔다’며 아이를 데려갔다”고 전했다.

워싱턴에 사는 의사 신중호(申重昊)씨는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근무하는데 연방정부 건물에 있어 추가 테러 대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내내 시달렸다”며 “비상사태에 대비해 밤에도 대기 상태였다”고 말했다.

조성택(趙性澤) 스토니브룩대학 교수는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며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걱정이며 햇볕정책에도 여파가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신두절 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에 사는 교민 이도영씨는 “무선전화와 방송국 중계탑 상당수가 무역센터인 쌍둥이빌딩 옥상에 세워져 있어 통신 두절이 잇따랐다”며 “인간의 잔인성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동아일보사에 보내왔다.

테러 사건이 발생한 뉴욕 월스트리트 인근에 사는 유학생 정신영씨(26)는 “사건 직후 정신없이 뉴욕을 빠져나왔다”며 “지금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고 몸서리를 쳤다.

교민들은 그러나 충격 속에서도 방송 등을 지켜보며 도로 통제와 상가 철시 등 당국의 지시에 따르는 침착함을 보이고 있다.조성택 교수는 “사태 수습의 우선 순위가 사망자 명단 확인보다는 생존자를 찾고 사태 확산을 방지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 같다”며 “아직은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지만 곧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이혜영씨도 “딸의 학교에서 ‘내일부터 헌혈차가 올 테니 부모들은 헌혈을 하라’는 교사들의 당부가 있었다”며 “내일 아침에 헌혈을 하러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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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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