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히드 대통령궁 떠나…고혈압 치료위해 미국행

  • 입력 2001년 7월 26일 23시 30분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의 탄핵으로 축출된 압두라만 와히드 전 대통령이 26일 대통령궁을 떠나 미국으로 향했다.

2000여명의 지지자들은 대통령궁을 나서는 와히드 전 대통령을 향해 그의 별명인 ‘구스’를 외치며 성원을 보냈으며 그는 “나는 민주주의와 도의를 지키기 위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연설했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싱가포르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서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 때문에 치료를 받도록 의사로부터 권유를 받았다고 전했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은 부패 의혹이 들끓는 주변 인물들 때문에 3개월내에 권좌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이번 탄핵 결정을 주도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 추종 세력과 강경파 군부가 독재시절로 회귀할 움직임을 보이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메가와티 대통령은 국가와 민족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어떤 조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요 정당들이 탄핵 압력에 그렇게 쉽게 굴복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말해 탄핵되기 전까지 반대 세력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와히드 전 대통령은 “메가와티 대통령이 공항에서 환송해주겠다고 제의해왔으나 그의 대통령직 승계는 불법이므로 나는 그 제의를 거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딸 자누바 하프소 와히드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아버지는 새로운 정치 기반을 마련한 다음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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