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원들, 김대통령에 서한 "한국 언론자유 억압 우려"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30분


미국 하원의 공화 민주당 의원 8명이 16일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내용의 서한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냈다.

하원 중진의원인 벤저민 길먼 의원과 다나 로라배커 의원 등은 서한에서 “우리는 남한의 활기찬 민주화 과정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독립 언론 및 언론인들에 대한 정부의 압력을 전하는 계속적인 보도에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 지식인들 반응 "정부, 겸허히 받아들여야"
- 한미 외교현안 비화조짐
- 과거 美의원 서한 사례
- '워싱턴發 일침' 곤혹스런 정부
- 로라베커의원 보좌관 인터뷰

다수의 미 하원의원이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세무조사를 둘러싼 한국 정부와 언론의 갈등이 앞으로 미 의회에서 공식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90년대 초반까지는 미 의원들이 한국정부나 대통령에게 정치적 문제에 관한 서한을 보내는 경우가 빈번했으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이번 서한 발송은 매우 이례적이다.

길먼 의원 등은 한나라당 대변인이 지난달 5일 ‘정부가 한 언론사 사주가 구속될 것이라는 루머로 언론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고, 노무현(盧武鉉) 전 해양수산부장관 등이 ‘언론과의 전쟁’을 주장한 사실 등을 열거한 뒤 “이러한 일들은 우리로 하여금 선거가 다가오는 시점에 필수불가결한 언론자유가 억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김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촉구한 지 몇 주 만에 국세청이 23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고, 조사요원 400명의 과반수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이른바 ‘빅 3’에 집중됐다는 보도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김 대통령이 노벨상 수상자로서 활발하고 활기찬 인쇄 및 전자매체의 지속을 제한하려는 정부 관리들에게 자유로운 표현은 자유로운 국민의 초석임을 강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로라배커 의원과 크리스토퍼 스미스 의원은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3월에도 퍼트 웰든 의원과 함께 김 대통령에게 한국의 언론자유와 ‘강한 정부론’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청와대 "개인들 의사표시…의미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 일부 의원들의 개인 의사 표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의미를 부여할 생각은 없다”며 “이번 서한이 언론 조사에 영향을 미치거나 이로 인해 정부의 정책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도 “이들 의원이 무슨 뜻에서 그런 서한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은 충분한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진정한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번 서한으로 현정권이 언론을 탄압하는 정권이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셈”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언론 탄압을 시인하고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미국 의원들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김 대통령에게 ‘자유로운 표현은 자유로운 국민의 초석’이라고 강조한 데 주목한다”며 “김 대통령은 국내외 양심적 지식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정도(正道) 정치를 펴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