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시노스 "뇌물 테이프 3만개"…페루정국 긴장

  • 입력 2001년 6월 28일 18시 37분


“내가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하면 여러 사람 다친다.”

지난해 야당의원을 매수하는 현장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난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 페루 국가정보부장이 주요인사들의 각종 비리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3만개나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외로 달아났다가 24일 체포된 몬테시노스 전 부장 25일 반부패 법정에서 “만약 폭로된다면 국제 위기 상황을 촉발할 수도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3만개 이상 갖고 있다”면서 “이 테이프에는 뇌물을 받는 기업가와 미국 유럽 러시아 외교관들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몬테시노스 전 부장과 부하들이 야당의원, 선거관리위원, 군 관계자, 경제인, 언론인 등에게 뇌물을 주는 장면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 2500여개는 이미 공개돼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의 몰락을 몰고 왔다.

3만여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추가로 공개될 경우 수많은 주요인사들의 뇌물 연루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돼 벌써부터 페루 정국은 들끓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진짜로 뇌물 비디오테이프 3만여개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일고 있다. 몬테시노스 전 부장은 법원이 선처를 약속할 경우 비디오테이프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중죄인 교도소 수감을 피하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는 관측도 있다.

몬테시노스 전 부장의 변호인조차도 비디오테이프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트리시아 우타르도 변호사는 “그가 과연 어떤 것을 폭로하고 어떤 것을 숨길지는 알 수 없다”면서 “그렇게 많은 분량의 비디오테이프가 있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우타르도 변호사는 몬테시노스 전 부장의 비디오테이프 발언이 ‘우발적’인 것으로 “공식 재판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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