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선]'경제총리' 블레어 재집권 확실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41분


집권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총선이 7일 전국 659개 선거구에서 실시된다. 유권자는 4400만명.

노동당 당수인 토니 블레어 총리는 6일 유세에서 “안정적인 2기 노동당 집권을 위해 표를 몰아달라”고 당부했으며 제1 야당인 보수당의 월리엄 헤이그 당수는 “노동당의 지나친 의석 확보는 민주주의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론전문기관인 ICM이 실시한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 43%, 보수당 32%, 자유민주당 19%의 지지율로 나타나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노동당 압승 전망〓가장 큰 요인은 현재 영국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

1997년 집권한 블레어 정권은 이전의 노동당 정권과는 달리 사회보장 정책을 축소하는 대신 경제성장 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이 결과 경제성장률이 연간 평균 3% 이상에 달하고 실업자가 100만명 이하로 줄면서 실업률이 2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레어 총리의 개인적인 인기도 일찌감치 승기를 잡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전임 당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94년 당수에 올라 44세의 나이에 총리가 된 그는 젊고 지적인 이미지에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특히 여성과 젊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97년 총선 패배 이후 보수당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노동당의 압승을 점칠 수 있는 이유. 헤이그 당수가 제대로 당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현실과 동떨어진 선거공약으로 변화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총선 쟁점〓노동당이 의료개혁과 교육투자 확대 등 주로 민생분야의 공약에 치중하고 있는 반면 보수당은 외국인 정책 강화, 유로화 가입 반대 등 추상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최대의 쟁점은 세금 감면과 유로화 도입 문제. 보수당은 노동당 집권 후 21%에서 26%로 오른 소득세의 대폭 감면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오히려 막대한 재원이 드는 국가보험제도(NHS) 등 현안을 무시한 채 세금을 내리겠다는 것은 선심성 공약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로화 도입에 대해서는 다수의 유권자가 이에 반대하는 보수당의 노선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당은 무조건 도입이 아닌, 국민투표를 통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우회 전략으로 보수당의 공세를 피해가고 있다.

보수당은 지난해와 올해 유럽을 휩쓴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을 비롯해 잇따른 철도사고 등을 선거 쟁점으로 삼고 있지만 선거 결과에 그다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 특징〓지난 총선의 경우 659석 가운데 18%인 120석을 여성이 차지해 사상 최고의 여성의원이 배출됐다. 이는 92년과 87년 총선 때의 62명, 47명과 비교할 때 엄청난 변화.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우먼파워’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선거 때는 아카데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글렌다 잭슨(65)과 하원의장을 지낸 베티 부스로이드(71) 등 걸출한 인물이 있었으나 이번엔 이런 후보가 없을 뿐더러 149명만이 출마했기 때문이다.이번 선거에선 또 지난 50년 동안 하원을 지킨 보수당의 에드워드 히스 전 총리와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출마를 포기하는 등 정치 거물들의 대거 은퇴로 자연스레 정치적 세대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돈 묶고 잎 푸는' 영국선거▼

‘돈은 묶되 입은 푼다.’

영국의 선거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영국에서는 선거비용을 쓸 일도 많지 않지만 이를 철저히 제한하고 감시한다. 위반시 처벌도 엄격하다. 대신 자신의 소견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당 차원의 정치광고와 총재의 지원유세도 활발한 편이다.

각 후보가 쓸 수 있는 법정 선거비용은 기본비용 4965파운드(약 890만원)에 각 선거구의 유권자수에 따라 결정되는 비용을 합친 금액으로 정해진다. 도시지역의 경우 유권자당 4.2펜스(약 75원), 지방은 5.6펜스(약 100원)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아도 상한액 1만9863파운드(약 3500만원)를 초과할 수는 없다.

선거가 끝나면 각 지역선거관리위원회는 35일 안에 각 후보와 정당에 대해 영수증이 첨부된 선거비용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하도록 해 ‘유리알 실사’를 벌인다. 만약 허위로 신고하거나 법정 선거비용을 초과했을 경우 당선이 무효되는 것은 물론 구속 등 형사처벌까지 받는다.

영국에는 합동연설회가 없기 때문에 청중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또 선거포스터와 현수막 등을 붙일 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돈 들 일이 적다. 물론 유권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한 표를 호소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정치철학과 소속 정당의 선거공약 등을 담은 인쇄물을 만들어 각 가정에 배포할 수 있다.선거운동은 지역구 당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돼 행해진다. 이들에게 식비와 교통비 등 경비를 지급하는 것은 일절 금지돼 있기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면서 도와준다. 이들이 불법행위를 했을 경우에도 후보가 책임져야 한다. 이같이 엄격한 선거법과 이를 실천하는 후보자 및 유권자, 그리고 선거 후 이뤄지는 철저한 실사에 의해 영국의 공명선거는 유지되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