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5월 30일 18시 3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최근 미국의 중상위권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에서 똑똑한 학생들에 대한 입학을 보류하고 이들을 입학대기자 명단에 올려 놓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 저널이 29일 보도했다.
이는 복수지원이 허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A 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보다 조건이 좋은 다른 대학에 동시에 합격하면 A 대학 등록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데 따른 고육책이란 것.
하버드 대학의 경우 입학허가를 받은 뒤 실제로 등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80%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다른 사립대학들의 경우엔 그 비율이 평균 38%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보통 10여개 대학에 입학원서를 낸 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진학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이에 따라 입학 허가를 받은 학생이 실제 등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대학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어떤 대학은 동문의 자녀들을 우선적으로 합격시킨다. 이들은 다른 합격자보다 등록을 할 확률이 통상 5∼10%가 높기 때문.
또 학생의 출신지, 종교, 1지망, 취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등록할 확률이 높은 응시생을 가려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줄 것을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대학도 있다.
같은 아이비 리그(미국 동부의 명문대)에 속하는 예일이나 프린스턴, 컬럼비아대 등의 경우도 응시자가 하버드대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불합격 처리한다. 이러다 보니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이 그보다 순위가 낮은 대학에서 불합격되는 사례도 발생한다는 것.
캘리포니아주 버클리 고교의 진학지도 교사인 로리 블레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입학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그보다 못한 학생들을 합격시키는 대학이 여러 곳 있다"며 "학생들에게 성적이 너무 좋아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신입생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평판이 높아지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