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日교과서 수정요구]중국, 일본 왜곡사관에 외교 공세

  • 입력 2001년 5월 17일 18시 30분


중국 외교부는 16일 노모토 요시오(野本佳夫) 주중 일본 공사를 불러 왜곡 역사교과서 시정을 요구했고 이어 17일에는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일본대사를 불러 이에 덧붙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공식참배 계획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중국이 재수정 요구한 8개 항목과 이유

중국의 항일운동 격하1920년대 중국 인민의 항일운동을 배일운동으로 표현하고 일본 군국주의의 악행을 정당화
만주국 관련 만주국을 통해 일본이 자행한 약탈과 강제 이민정책, 731부대의 인체 실험 등을 은폐 왜곡
난징대학살난징대학살에 대해 극히 간단히 언급하고 이와 관련한 전후 극동군사재판 판결을 의문시하도록 표현
중일전쟁전쟁의 장기화는 중국 공산당의 항일전략 때문이며 공산당의 항일운동은 정권 탈취 전략이라고 모욕
일본의 침략의도 축소1930년대 일본의 중국 침략이 계획적인 것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의 결과였다고 기술
침략의 정당화아시아 각국이 대동아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침략을 지지한 것처럼 보이도록 기술
잔혹한 식민통치 은폐일본이 대동아공영권 기치 아래 일어 교육과 신사참배를 강요한 것은 인정했지만 그 이상의 잔혹한 행위는 은폐
극동군사재판 왜곡일본 패망후 열린 극동군사재판 판결의 합법성에 의문을 갖도록 기술

중국은 일본측에 전달한 비망록에서 “일본측이 침략전쟁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역사적 사실을 왜곡 기술함으로써 침략전쟁의 성격을 부인 왜곡하고 침략의 죄행을 희석하거나 은폐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또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측의 교과서는 이미 137군데를 고쳤지만 기조는 여전히 황국사관의 선양과 침략 역사의 부인 및 미화”라면서 “일본 정부가 이 교과서를 재수정하지 않을 경우 일본 사회와 청소년들의 역사관 형성을 심각하게 오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중국 비망록은 일본 교과서 중 ‘모임’이 만든 교과서만을 대상으로 했으며 그 중 8개 부분만 문제삼았다. 이를 두고 베이징(北京)내 외교소식통들은 ‘대일 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는 중국 지도부의 뜻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의 지적에 대해 일본측은 “수정할 수 없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수정은 할 수 없다”며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그는 다만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겠다”고 덧붙였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중국측 요구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밝혀온 종전의 입장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 정부도 한국처럼 교과서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는 중국 내 여론에 밀려 취한 조치”라며 “발족한 지 얼마 안되는 고이즈미 정권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도쿄〓이종환·이영이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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