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언론 평가]"사실 은폐-소신 관철" 공방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38분


기자회견을 갖고있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관계자들. 가운데가 나시오 간지 회장
기자회견을 갖고있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관계자들. 가운데가 나시오 간지 회장
일본의 주요 신문은 4일 사설과 특집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모임)’이 만든 중학교용 역사교과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반대〓아사히신문은 ‘역시, 적당치 않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일선학교가 이 교과서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이 교과서는 ‘자학사관의 극복’이란 이름 아래 가해사실 등 부정적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을 온실에 가둬두려 한다면 학습지도요령이 추구하는 ‘국토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애정’마저 제대로 기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교과서 채택문제를 교육위원회에 일임하지 말고 현장 교사는 물론 학부모, 주민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모임측이 교육위원회를 움직여 이 교과서가 교재로 채택되도록 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불합격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역사교과서는 훌륭한 교과서라고 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을 나쁘다고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모르지 않지만 반성하고 교훈으로 삼는 것까지 자학적이라고 배척하는 것은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제 검정제도 전체를 개혁할 때가 왔다”며 “자유발행, 자유채택으로 바꿔 사용자의 양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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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모임 교과서를 출판할 후소샤(扶桑社)의 모회사인 산케이신문은 “획일성이 강한 이제까지의 교과서와 비교할 때 앞으로는 다양한 특색을 갖게 됐다”며 이 교과서의 검정통과를 환영했다. 이 신문은 또 “총리 관저가 한국이나 중국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객관성을 관철했다”고 추켜세웠다.

요미우리신문은 “이 교과서의 원문과 수정문을 비교해 보면 전체적으로 객관적인 표현으로 수정됐다”며 “검정은 엄정하게 그 역할을 다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어 “이 교과서는 독특하지만 그것을 결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며 “일본의 언론자유와 다양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번 검정결과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강해지고 있으나 일본의 제도와 국가정서에 관해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집필자이자 모임 회장인 니시오 간지(西尾幹二) 전기통신대교수는 4일자 아사히신문 기고를 통해 “한국 병합의 배경에는 강대국간 ‘힘의 균형’ 정책이 있었다”며 당시 여건에서 한일합방은 불가피했다고 강변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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