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3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피비린내 나는 폭력사태 속으로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고 있다. ‘되로 받으면 말로 갚겠다’라는 식으로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 테러에 이스라엘은 보복 공습으로 맞서는 등 무력충돌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
이스라엘군은 28일 탱크와 무장 헬기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정밀 유도 미사일이 사용된 이날 공습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경호대원 등 2명이 숨지고 60여명이 다쳤다. 양측은 교전도 벌여 팔레스타인 보안병 1명과 15세 소년 1명이 숨졌다. 이번 공격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집권 뒤 첫 군사작전으로 지난 해 10월 이후 최대규모.
이스라엘군은 라말라에 있는 아라파트의 경호대 ‘포스 17’ 사령부와 훈련시설 무기고 등 포스 관련 시설 6곳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아라파트의 집이 일부 부서졌다. 이스라엘은 포스 17이 폭력사태를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공습은 10개월짜리 여아가 피살되고 3건의 폭탄테러로 이스라엘인 2명이 숨진 데 대한 보복으로 단행됐다.
라난 기신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공격의 목표는 테러리스트와 배후조종하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것”이라며 “테러를 막기 위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팔레스타인측은 “아랍 정상회담이 끝난 지 몇 시간 만에 단행된 이번 공격은 샤론 총리가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공습 직후 성명을 통해 폭력사태의 악순환을 끝낼 것을 촉구했다. 앞서 미국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국제옵서버단을 파견하자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28일 이스라엘이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국제옵서버단을 파견할 것을 촉구했다.
▼포스(Force) 17▼
1970년대 초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던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과 PLO 주요 간부들의 신변 보호를 주 임무로 창설됐다.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본거지를 둔 포스 17은 1982년 이스라엘 공세로 잠시 이 레바논을 침공해 사실상 와해되기도 했다. 이후 아랍권 각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조직원들이 모여 재건했다. 본부는 라말라에 있고 대장은 파셀 샤라크로 알려져 있지만 대원 숫자와 활동범위 등은 베일에 가려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6개월간 촉발된 주요 테러 사건에 포스 17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중요 인물들을 암살하거나 시설 등을 공격해 왔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