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5대쟁점 점검]대북 갈등 털고 '화음' 맞출까

  • 입력 2001년 3월 5일 18시 3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미 공화당 행정부의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가늠해 볼 대단히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 논의될 현안들을 5대 쟁점으로 나눠 정리해 본다.》

▼대북 공조▼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고 대북관계 개선을 어떤 속도와 방법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핵심이다.

▼관련기사▼
- 김대통령 6일 방미출국

이번 회담에서는 기본적으로 미국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 미사일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재래식무기 감축, 제네바 기본합의서 이행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루는데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북문제를 둘러싼 양국간 인식의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측 관심사항을 먼저 충분히 다뤄야 한다는 정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

다만 엄격한 상호주의를 요구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이 탄력적인 상호주의를 추진하는 것은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 한반도의 화해협력과 평화 분위기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임을 강조할 계획이다.

구체적 현안으로는 전략물자인 대북 전력지원 문제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한미일 3각공조틀이었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을 대신할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수로의 화력발전소 대체문제에 대해서는 제네바 기본합의를 이행하는 것이 최우선임을 설명함으로써 논란의 확산을 차단한다는 생각이다.

▼김정일 답방▼

미국측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과 최근 북한의 변화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김국방위원장의 답방에서 주한 미군문제 등 미국의 안보에 영향을 줄 ‘성급한’ 합의를 남북이 이끌어 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김대통령은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룰 △남북 화해협력 △긴장완화 △평화 정착 방안 등을 내놓고 부시대통령의 의견을 경청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특히 김국방위원장의 답방이 한반도 화해 분위기의 지속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미국측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대통령은 김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되, 북한의 변화가 체제 생존을 위한 전술적 변화일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특히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와 재래식무기의 후방 이동 등 가시적인 긴장완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워낙 미묘한 문제여서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의될 것이지만 그 결과는 한미가 동맹관계의 입장에서 피차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조약의 보존 강화’ 조항이 포함된 한―러 정상회담 공동성명 발표 이후 파문이 커지자 2일 ‘찬성과 반대를 표명하지 않고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대통령도 이번 회담에서 부시대통령이 NMD 문제를 거론할 경우 “부시대통령의 지도력을 신뢰하며 동맹국 및 관련국과의 충분한 협의를 바란다”는 정도의 입장만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으로서도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문제로 인해 NMD를 당장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만큼 이번 회담에서 NMD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한국에 대해 즉답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동맹 관계▼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간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데 양측 모두 이론이 없다.

회담에서 김대중대통령은 한미연합방위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한미 동맹관계가 한국 대외정책의 근간임을 재천명하고, 양국간 정치 안보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특히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묵인했음을 전달하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주한미군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대통령도 김대통령이 추진해 온 대북정책을 긍정 평가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의 필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김대통령의 방미기간중 미국 관계자들이 한국 공군의 차세대전투기사업(FX) 및 육군의 공격용 헬기사업(AHX) 등과 관련해 ‘군사동맹 차원’의 협조를 요청할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특히 미국측은 4조2000억원 규모의 FX사업과 관련해 한국이 보잉사의 F15K 전투기를 구매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통상문제▼

한미간 통상 현안 중 최대의 쟁점은 한미투자협정 체결 문제다. 양국은 협정 체결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스크린쿼터 문제로 협상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146일인 국산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폐지하거나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측은 이와 함께 지적재산권 보호, 자동차 및 철강 분야의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의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무역 적자를 기록한 만큼 부시 정부의 새 경제 관료들이 자동차 철강 등 양국 간 불균형 교역 품목들에 대해 통상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은 수세적 입장이다. 김대중대통령은 스크린쿼터제에 대해서는 이를 폐지할 경우 국내 영화산업 기반이 붕괴될 수 있음을 설명하며 미국측의 이해를 구할 생각이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이미 법적 제도적 기반을 완비했을 뿐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강조하고, 무역 불균형 문제는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승모·김영식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