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英機에 발포 중동위기 고조

  • 입력 2001년 2월 19일 19시 01분


미국과 영국의 공습에 이라크가 대공 미사일 발사로 대응하는 한편 주변의 친미(親美) 국가들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중동지역에 갈수록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라크군은 18일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남부 비행금지구역에서 비행중이던 미 영 전폭기를 겨냥해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이라크 언론이 보도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이틀째 대규모 반미시위가 열렸으며 가자지구와 이집트에서도 수천명이 반미구호를 외치며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공습을 비난했다.

이라크 정부는 또 잇따라 성명을 발표해 공습 당사자인 미 영 외에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변 국가들에 대한 보복을 천명해 이들 3국은 공습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는 “이번 공습이 시온주의자들의 음모와 관련이 깊다”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10만명의 자원자들로 구성된 ‘예루살렘 해방군’을 창설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는 19일에는 미 영의 전폭기에 군사기지를 제공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들 두 나라는 1991년 걸프전 때도 연합군 편을 들었고 이번 공습 때도 “적절한 조치였다”고 환영을 나타냈다.

이들 3국은 일단 이라크의 이같은 위협이 내부 단합을 위한 단순한 엄포용으로 보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한편 이라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와 구적(仇敵) 관계인 이스라엘은 18일 저녁 군과 안보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라크 위협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긴급 안보회의를 여는 등 크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은 91년 걸프전 때 이라크에서 날아온 39기의 스커드 미사일로 2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치는 피해를 보았다.

이스라엘은 후세인 대통령의 강력한 보복 다짐에도 불구하고 며칠 안에 이같은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미국과 합동으로 19∼24일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하면서도 이라크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번 훈련은 1년 전부터 준비한 통상 훈련”이란 점을 애써 강조했다.

가상 적국인 이라크로부터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 발사 시험이 훈련에 포함돼 있지만 이라크를 자극해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에프라힘 스네 국방차관은 “유엔 무기사찰단이 물러난 지난 2년 사이 이라크가 장거리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핵무기의 개발을 서두른 게 확실하다”며 이라크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임을 시인했다.

한편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미국의 ‘우산’ 아래 있어 이라크의 위협을 크게 우려하지는 않지만 어떤 형태의 보복이 가해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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