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드카 대명사' 스미르노프 사라지나

  • 입력 2001년 2월 13일 18시 38분


‘보드카의 대명사’인 러시아의 스미르노프(Smirnov)의 생산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모스크바 시법원이 12일 경영권 분규를 이유로 이 회사의 오스트알코 공장에 일시적인 생산 중단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사태는 대주주로 사촌간인 보리스 스미르노프와 안드 레이 스미르노프가 지난해부터 갈등을 빚으면서 시작됐다.

안드레이씨가 자신의 지분 50%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겼으나 보리스씨는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안드레이씨와 외국인 투자자들은 라스토르 공장에서 또다른 스미르노프를 생산하기 시작해 갈등이 더 커졌다.

보리스씨가 외국인 투자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비슷한 이름의 미국 스미르노프(Smirno―ff)와의 해묵은 감정 때문.

스미르노프는 1860년 제정 시대 최고의 양조업자였던 표트르 스미르노프가 창업했으나 사회주의 혁명으로 국유화됐다. 표트르씨의 후손인 보리스씨와 안드레이씨는 소련이 붕괴된 뒤 가업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이미 한발 앞서 생산을 시작한 미국산 스미르노프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보리스씨는 이번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스미르노프의 끄나풀이며 사촌인 안드레이씨가 가업을 외국자본에 팔아치우려 한다”며 분노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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