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인종청소 혐의 플라브시치 정식 기소

  • 입력 2001년 1월 11일 18시 25분


국제 전범재판소는 10일 보스니아 내전 때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 주민을 학살한 혐의로 빌랴나 플라브시치(70·여)를 정식 기소했다.

유고전범을 담당한 재판부는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의 재판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4월 이후 비공개 기소 상태에 있던 플라브시치가 출두함에 따라 정식 기소했다”고 밝히고 기소장을 공개했다.

플라브시치는 9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바냐루카를 떠나 국제전범재판소에 자진 출두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플라브시치는 92∼95년 보스니아 전쟁을 주도한 라도반 카라지치 대통령 정권하에서 부통령을 지내며 ‘세르비아인 국가 건설’을 내세워 이슬람계와 크로아티아계에 대한 학살 계획인 이른바 ‘인종 청소’를 명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급진적인 민족주의자였던 플라브시치는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인종 청소’는 전쟁 범죄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변했다. 특히 92년에는 이슬람계 주민의 시신을 밟은 채 ‘인간 도살자’로 불리던 세르비아 민병대 지도자 젤리코 라즈나토비치에게 입을 맞추는 사진을 찍어 공개한 적이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인종차별주의자였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연방 대통령마저 “정신이상자로 병원에 입원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플라브시치는 96∼98년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공화국인 스르프스카 공화국의 대통령을 지냈으며 지난해 4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에서 한발 물러나 있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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