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 강성 외교 재확인

  • 입력 2001년 1월 9일 15시 08분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8일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를 구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거듭 표명함에 따라 차기 미 행정부가 취할 외교안보정책의 큰 그림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그림의 기조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보다 강성이 되리라는 것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출범 후 NMD 구축 등을 강행하게 되면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러시아측은 미국의 NMD 구축 움직임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 등으로 중대한 안보상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올레그 체르노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서기는 최근 한 잡지와의 회견에서 “NMD 구축은 전세계의 전략안보 시스템을 와해시키는 것으로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직 구체적인 의견 표명은 없지만 중국도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NMD 문제외에도 미국과 대만간의 구축함 등 무기 판매 문제로 인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지는 8일 “대만이 미국에 키드급 구축함 4척(6억달러 상당)의 판매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문제가 중국―대만간의 양안 관계에서 차기 미 행정부가 직면할 첫 외교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부시 당선자가 대만에 대한 지원에 빌 클린턴 대통령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며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부시 당선자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연 안보정책 토론에서 NMD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뒤 “NMD는 일부 멤버에게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이해한다”고 밝혀 이 자리에서도 이견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토론에 참석했던 칼 레빈 상원의원은 “부시 당선자도 NMD 추진을 둘러싼 논란과 이견 등 사안의 복잡 미묘함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당선자는 NMD추진에 강경한 원칙을 고수한 것과 달리 유럽 분쟁지역에서 평화유지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군의 철수 문제 등에는 유연한 자세를 보였다. 존 워너 상원군사위원장은 “여러 해 동안 안보 문제는 뒷전에 밀려 있었으나 부시 당선자는 이를 교육 의료 경제 등 다른 현안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고 이 모임을 평가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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