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페이퍼' 공개…중국 유출경위 큰 논란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00분


89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톈안먼(天安門) 시위를 중국 지도부가 강경진압하기로 결정할 당시의 대화록이 유출된 경위에 관해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서 여러가지 설이 나돌고 있다.

CBS 등 미국 언론매체는 ‘장량’이란 공산당원이 제공했다고만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톈안먼 페이퍼’가 공개된 소식조차 전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유출경위와 관련해 장쩌민(江澤民)주석과 측근이 유출했을 것이란 설이 있다.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당내 보수 원로를 후계구도 형성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는 것. 리위원장은 당시 총리로 덩샤오핑(鄧小平)에게 강경진압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주석은 지난해 가을 미국 방문시 “톈안먼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등 시위참가자에게 동정을 표하기도 했다.

두 번째 설은 리펑 위원장의 측근 유포설. 장주석 역시 리위원장과 함께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장주석의 독주를 견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당시 상하이 시당서기였던 장쩌민은 덩샤오핑의 지시를 가장 잘 이행한 공로로 당총서기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미국 음모설. 미 공화당 정권 출범을 앞두고 중국을 자극, 견제하기 위해 중국 내 불만세력을 부추겨 폭로하도록 했다는 것. 중국이 장주석의 지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방해하고 내부 권력투쟁을 일으키려는 음모라는 주장이다.

베이징 외교가에는 파룬궁(法輪功) 항의 시위와 더불어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가 올해 중국 정국을 뒤흔들 폭풍의 핵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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